[1社 1병영] "책임감·성실 일깨운 軍…아직도 군화 두 켤레 갖고 있죠"

나의 병영 이야기 - 이충희 에트로 사장

기억속에 생생한 부사관, 병사들
사단급이상 부대 방문 재능 기부
5년 안에 달성할 '버킷 리스트'
장교든 일반 병사든 솔직히 즐거운 마음으로 군에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 성향에 따라 직업군인의 길을 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건강한 누구든 군에 가야 한다면, 손실된 시간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도움되는 쪽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게 좋다. 군생활을 보람 있게 보내는 사람은 사회생활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나의 군생활을 돌이켜보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늘 생각한다. 첫째, ROTC로 입대해서 장교생활을 한 자체가 그렇다. 졸업한 경기대뿐만 아닌 3500여명의 내 동기생 그리고 다른 대학 선후배들과 ROTC라는 인연으로 엮인 인간관계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장교생활을 통해 맺어진 다른 장교들과의 인연 또한 사회생활의 폭을 넓혀줬다.둘째, 장교라는 직책이 주는 책임감이 나를 성장하게 한 것 같다.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임지에 가자마자 닥치는 상황은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이는 사회에서 웬만한 어려움은 충분히 헤치고 나갈 수 있게 자신감을 키워줬다.

셋째,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태풍이 와서 내무반에 대기하라는 하달이 있을 때만 빼고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빠짐없이 순찰을 돌았다. 이 버릇은 회사에 입사해서도 야간 당직을 할 때면 변함없이 회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게 만들었다.넷째, 대인관계를 많이 배웠다. 군에서는 별별 사람을 다 만난다. 지역, 출신학교, 성장환경이 천차만별인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요령을 많이 터득한 것 같다. 나보다 선배 장교가 됐을 수 있었다고 큰소리치던 추 하사, 고 하사. 제대해서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 친구들하고는 서로 타협해 사고 안 치는 조건으로 파견생활을 하게 해주면서 조용히 군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애인이 변심했다고 휴가를 보내 달라며 술 마시고 난리치던 소대원, 고민 상담을 하던 소대원. 사실 소위 계급장만 빼면 나이가 비슷했지만 장교랍시고 어른인 척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오곤 한다. 해남 출신 친구, 단국대 다니다 왔다던 얼굴 곱상한 경상도 친구, 나하고 같은 8형제 중 여섯째라던 분대장, 모두 다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제대 몇 개월 전에 소대에 배치됐던 군견 셰퍼드. 사람보다 더 잘 나오는 급식에 부대원들이 ‘개밥’에 침을 흘릴 때도 있었다. 처음 왔을 때는 군견병 외에는 아무도 접근 못 하고 나한테도 겁을 주던 놈이었는데.

군생활은 좋은 추억도, 나쁜 추억도 많이 있는 기간이다. 난 그래도 군생활이 좋았다. 이사할 때마다 아내한테 안 버린다고 구박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군대에서 신었던 군화 두 켤레를 집에 보관하고 있다. 그걸 신어야 할 날이 오면 안되겠지만 ‘언제라도 국가가 부른다면 소총 들고 달려나가 내 지역은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끝까지 간직하며, 지금도 우리나라를 지키고 있는 후배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언제라도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전국의 모든 사단급 이상 부대를 방문해 강의를 통해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다. 이제 한 3분의 1 정도는 마쳤으니, 앞으로 5년 안에 모두 방문해 이 목표를 이루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