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죽고싶은 심정…치료 받겠다"

변호사 통해 혐의 인정·사과
도로변서 5회에 걸쳐 음란행위

제주시내 도로변 등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피의자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2·사법연수원 19기·사진)으로 확인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사건 현장에 찍힌 8개의 폐쇄회로TV(CCTV)와 오라지구대, 제주 동부경찰서 유치장 CCTV 등 10개의 화면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화면 속 남성이 김 전 지검장과 동일 인물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김 전 지검장을 피의자로 특정하고 형법 245조 공연음란죄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약식기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 CCTV에는 김 전 지검장이 사건 당일인 12일 오후 11시32분부터 11시52분까지 20분간 제주시 중앙로 왕복 7차선 도로변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이 찍힌 것으로 나타났다.

국과수는 CCTV 영상에 나오는 피의자의 얼굴형 및 신체 특징, 걸음걸이가 김 전 지검장과 매우 유사하고 입었던 옷과 소지품도 비슷해 김 전 지검장이 피의자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찰에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으로 처벌이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0시45분께 제주시 중앙로 근처에서 ‘한 남성이 바지 지퍼를 내리는 등 음란행위를 하고 있다’는 여고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됐다. 체포 이후 김 전 지검장은 계속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17일 오전에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김 전 지검장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의 법률 대리인인 문성윤 변호사는 22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을 찾아 “충격과 큰 실망을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리고, 극도의 수치심으로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김 전 지검장의 심경을 전했다. 김 전 지검장은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정신적 문제에 대해 전문가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유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호/양병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