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도시재난 시스템 재정비해야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도시재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부산·경남·울산지역에 지난 25일 시간당 130㎜ 안팎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고리 원전 가동과 도시철도 운행이 중단되고 사망 5명, 실종 8명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실상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26일 부산시와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부산지역 상당수 하수관거는 환경부 ‘하수도시설기준’에 따라 강우 강도 ‘5~10년 빈도’(시간당 67~78㎜)를 기준으로 설계돼 25일 하루 강우량이 금정구 244.5㎜, 북구 221.5㎜, 동래구 201.6㎜, 기장군 187.5㎜에 달한 폭우에는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환경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따른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비해 2011년부터 하수관거 설계기준을 ‘10~30년 빈도’로 높였으나 이마저도 최근 잦아지고 있는 기상이변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리는 지적이다. 토목 전문가들은 한반도 기후 변화를 반영한 하수관거 재정비 등 도시 토목공사와 재난 매뉴얼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방방재청과 기상청의 허술한 재난대응 매뉴얼도 전면적으로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방방재청은 25일 오후 1시께 ‘부산, 경남 호우경보, 상습 침수지역 대피 등’이란 긴급 재난문자를 휴대폰으로 전송하는데 그쳐 하천 둔치변이나 상습 침수지역에 주차된 차량의 대피를 직접적으로 독려하지 못하는 바람에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기상청도 이날 오전 ‘26일까지 영남지역에 30~80㎜, 경남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 12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으나 실제 강우량은 이를 크게 초과했고, 오후 2시부터 2~3시간에 걸쳐 강우량이 집중돼 부실예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도 이날 명륜로와 반송로, 부곡교차로 등 부산지역 도로 40곳에 대한 차량통제 작업에 나섰으나 곳곳에서 구조 요청이 이어지는 등 도심이 순식간에 아비규환 현장으로 전락했다.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 구간처럼 상습침수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우회로로 진입하는 차량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차량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외할머니(75)와 손녀(15)가 안까깝게 숨졌다.경남 창원에서는 시내버스가 폭우로 인해 정규 노선을 두고 농로로 우회하다 급류에 휩쓸려 1명이 숨지고 운전사 등 6명이 실종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행정기관의 교통통제가 운전사에게 제대로 전달됐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