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방안] 5년 지나면 대출 부실해져도 면책…징계 줄여 '금융 보신주의' 깬다

금감원, 위법행위 때만 금융사 직원 제재
中企대출 등 혁신성 평가…정책금융과 연계
금융사 자체징계 지속 "관행 바뀔지 미지수"
< 朴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주재 >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금융권 ‘보신주의’를 없애겠다며 금융위원회가 26일 발표한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실천계획’은 은행 등 금융회사 직원들이 제재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부분 직원 제재를 금융회사에 맡기고 5년이 지난 업무에 대해서는 면책해 주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규제를 많이 풀어도 금융권 보신주의가 풀리지 않으면 경제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21일 경제장관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을 대폭 반영한 결과다.

금융위는 이번 대책의 핵심 사안 가운데 하나인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금융권 보신주의 타파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금융사 직원 제재 원칙적 폐지

금융감독원은 25일부터 새로 시작되는 검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융사 개별 직원에 대해선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고의나 중과실로 금융질서를 어지럽히고 금융 소비자 권익에 심각한 피해를 낳는 등 중징계가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다. 임원 징계권도 변함없이 금감원이 가진다.

하지만 건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이 2011~2013년 금융사 직원을 대상으로 내린 징계는 모두 3454건으로, 이 가운데 경징계가 81%에 달한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금융사 직원에 대한 징계가 9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사 직원들이 감독당국의 제재에 과도하게 반응하다 보니 기술금융 등 담보 없는 대출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제재권이 금융회사로 넘어가면 직원들의 대출 태도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5년이 지난 업무에 대해서는 면책해 주겠다는 ‘제재시효제도’까지 내놨다. 위법행위 적발로 제재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의미다. 제재시효제도는 금융업권별 규정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시행까지는 두 달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또한 위규나 절차상 하자가 없는 대출은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검사·감독 해설서를 정비해 제재에 대한 예상 가능성도 높이기로 했다.이에 대해 금융권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지만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원 제재권을 금융사에 위임해준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회사 이익에 대한 기여도를 따져 직원을 평가하는 금융사 관행을 감안하면 금융사 징계가 사라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금융사 징계가 존재하는 한 대출 태도가 달라지기는 힘들 것이란 얘기다.

◆혁신성 평가해 ‘망신’과 ‘불이익’

금융위는 건전성 중심의 경영실태 평가와 별도로 ‘은행 혁신성 평가’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혁신성 평가는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나 신상품 개발, 지역 대출금 비중 등을 주로 평가한다. 그 결과는 임직원 보수 수준과 함께 공개된다. 성적이 낮은 회사에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정책금융공사 등 정책금융 이용에 불이익이 돌아간다. 대기업 위주로 대출을 해주거나 기업신용대출이 미진하면 ‘망신’과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다.금융위 관계자는 “경영실태 평가 대부분이 1~2등급이어서 차별성이 없지만 혁신성 평가는 등급을 세분화하거나 상대평가를 도입해서 격차가 확연히 구분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한 기술금융 등 창조금융 실적이 높은 직원에게 금융사가 고가점수를 많이 주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보의 ‘이차보전’ 지원 규모를 37억5000만원에서 100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차보전이란 기술평가(TCB)를 통해 금리가 떨어지면 그에 해당하는 이자 차이를 은행에 보전해주는 제도다. 다음달부터는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 대상에 TCB 평가 기업도 추가된다. 정책금융공사의 간접대출(온렌딩)은 위험분담비율이 최대 50%에서 60%로 상향 조정된다. 기술기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 등 유관 부처와 태스코포스(TF)팀도 만들어진다.

금융위는 금융혁신위원회라는 자문기구를 구성해 이번 대책의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