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룹 해체는 역사적 논쟁거리, 김우중法은 폐기가 옳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항변을 보고…
김우중 회장의 사실상 회고록인 ‘김우중과의 대화’ 출간을 계기로 김 회장과 대우의 공과(功過), 그룹 해체의 정당성 등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김 회장은 엊그제 대우특별포럼에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눈물까지 보였다. 그는 “이제 시간이 충분히 지났으니 적어도 잘못된 사실은 바로잡아야 한다”며 “과연 대우 해체가 합당했는지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경제관료들에 의한 기획 해체, 즉 대우는 타살됐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대우그룹이 1999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가 해체된 지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세계를 누비며 ‘킴기즈칸’으로 불렸던 김 회장은 “억울함도 있고 분노도 없지 않았다”며 격한 감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의 문제 제기는 음모론적 논리에 기반한 주장으로 비쳐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수록 국민들은 헷갈린다. 음모론이 일말의 진실은 담았다 해도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를 두게 마련이다. 김대중 정부의 기획이었는지, 시장 신뢰를 잃은 구조적 문제였는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어느 한쪽일 수도 있지만 둘 모두일 수도 있다.김우중을 위대한 기업가로 보는 시각과, 국제 사기한으로 보는 시각도 공존한다. 김대중 정부가 대우차를 헐값에 팔아 국민경제적으로 210억달러 넘게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도 액면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당시 정권, 그리고 신흥 관료들의 기업에 대한 몰이해가 대우 해체의 한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역시 쉽게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이미 역사적 사실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시각에서 옳고 그름을 확정할 수도 없다.

그렇더라도 18조원의 징벌적 추징금에 대한 김 회장의 항변은 일리가 없지 않다. 대규모 분식회계에 대해선 김 회장도 오류를 시인했고 그 대가로 실형까지 살았다. 하지만 해외로 송금한 외화는 대부분 회사 자금으로 썼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김 회장 본인은 물론 대우그룹 고위 임원 그 누구도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았다는 것은 대법원도 인정했다. 먹지 않은 것을 어떻게 토해낼 수 있겠는가.

국회에 계류 중인 소위 ‘김우중법(범죄수익 은닉 규제·처벌법 개정안)’만 해도 그렇다. 이 법이 통과되면 가족들의 보유자산도 조사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회계상 부당처리액을 개인이, 그리고 가족이 토해내라고 하는 것은 전통사회에서도 성립하기 어렵다. 여론에 편승해 특정인을 겨냥하는 보복 입법은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 대우그룹 해체의 오류 내지 정당성 문제는 언론의 재해석과 역사적 논쟁에 맡기더라도, 김우중법 같은 여론재판법은 폐기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