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저가 공사입찰 여전한 종합심사제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e@hankyung.com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은 최근 ‘종합심사낙찰제 첫 시범사업 결과 분석 및 향후 계획’이라는 자료를 공동으로 내놨다. 저가 수주로 건설사 손실이 누적되는 최저가낙찰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올해 처음 실시한 시범사업의 결과를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LH가 종합심사제로 첫 발주한 경기 수원 호매실지구 내 아파트 건설공사 낙찰자는 주택업체 한양이었다. 정부 자료엔 낙찰률이 빠져 있었다. 취재 결과 이 공사 낙찰률은 예정가격의 71.64%였다. 최저가낙찰제도의 평균 낙찰률 73.25%보다 오히려 낮았다. 저가 낙찰 현상이 똑같이 나타난 것이다.최저가낙찰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종합심사제는 공사수행능력, 가격, 사회적 책임 등의 점수 합계가 가장 높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LH 아파트 공사는 가격(55점)과 공사수행능력(45점), 사회적 책임(가점 1점)으로 시공사를 정한다. 이번 시범사업에서 공사수행능력 부문엔 만점 업체가 없고 업체 간 근소한 점수 차이가 있었다. 공정거래 등을 감안한 사회적 책임 부문도 일부 가점을 받는 정도로 큰 차이는 없었다.

결국 승부는 가격에서 갈렸다.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서도 ‘저가 투찰 관행 등 개선사항의 지속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저가 입찰을 막는 장치는 마련하지 않고 가격 비중을 여전히 높게 잡아 최저가낙찰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토부와 LH는 세부 공사 종류에 대한 단가심사 감점 범위를 축소하는 등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까지는 여전히 종합심사제 시범사업을 계속하고 2016년 본격 시행한다는 일정이다. 시범사업 이외의 발주 현장은 출혈경쟁이 횡행하는 최저가낙찰제가 계속 적용된다. 굼뜬 제도 개혁 속에 저가 수주 부작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건설사들은 실적 부진으로 힘들어하고 공사 현장에선 부실 시공이 번져가고 있다”는 한 대형 건설사 공공수주 부문 사장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