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에 자금력 막강한 IS까지…미국 다시 '테러 공포'

글로벌 이슈 - '9·11' 13주년 앞두고 잇단 테러공격 시사

전대미문의 테러조직 IS
인질 몸값·후원금은 '보너스'…약탈 통한 독자 경제력 확보
첨단 무기 보유…조직원 급증

알카에다·보코하람도 건재
연간 활동비만 수천만弗…프랜차이즈 형식 세력 확장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반군이 지난 3월 시리아 북부 홈스시를 점령한 뒤 거리에 나와 축하 행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9·11 테러’ 13주년을 앞두고 미국이 또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난 19일 미국 프리랜서 사진 기자 제임스 폴리를 잔인하게 참수, 살해하는 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테러조직 알카에다까지 미국을 겨냥한 대규모 테러 공격을 시사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9·11 때처럼 테러단체 간 통신이 최근 급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미국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실체까지 속속 확인되면서 미국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내 IS 군사거점에 대한 공습을 확대하겠다는 경고에 IS는 인질극으로 맞서고 있다. IS는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구호단체 봉사활동을 하다 납치된 26세의 미국 여성과 31세 프리랜서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를 참수하겠다며 미 정부와 가족들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28일엔 시리아 정부군 포로 250명을 집단 학살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약탈+오일 머니 ‘막강한 경제력’

조직이 결성된 지 10년이 채 안 된 IS가 이처럼 활개치는 배경엔 막강한 경제력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IS는 ‘약탈 경제’를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테러단체가 됐다”며 “수십억달러의 자금과 군사력, 이념으로 완벽하게 무장한 이들의 기세에 눌려 서방 세계가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S는 과거 테러조직과 달리 사람(men), 돈(money), 군수품(munitions)의 ‘3M’을 모두 갖추고 있다. 예전 조직들이 토굴에서 소총 하나 들고 정신력으로 버텼다면, IS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첨단화된 조직을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IS는 약탈 경제를 기반으로 한다. 이라크 정부는 부인했지만, IS가 지난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장악한 뒤 은행에서 4억2500만달러(약 4320억원)를 털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은 시리아 동북부 라카, 이라크 북부 모술 등의 기업과 농가를 상대로 정기적인 조공을 받고 있다. 기독교 등 현지 소수 종파에 속한 이들에게서 대중교통 이용료, 통행세, 보호세 등의 명분으로도 돈을 갈취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S는 시리아에서 8개의 가스와 석유 매장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국경지대에 있는 상인들이나 신생 정유 공장 등에 원유를 팔고 있다. 이라크 북부 정유시설에서만 하루 200만달러(약 20억4500만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곡식과 고대 유물 등도 밀거래한다.

인질의 몸값도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IS가 몸값으로 벌어들인 돈이 지금까지 4000만파운드(약 674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IS는 최근 납치한 미국 여성의 몸값으로 660만달러(약 67억원)를 요구했다.이슬람 부호와 지지자들이 보내는 후원금도 IS에 힘을 보태고 있다. 더글러스 올리번트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라크 담당은 “IS에 외부 후원은 보너스에 불과하다”며 “독립적인 금융체제를 갖췄기 때문에 자금줄을 끊기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 세계서 대원 수혈…생화학 무기 준비

미국 ABC방송은 IS를 두고 ‘믿을 수 없는 전투력을 갖춘 조직’이라고 묘사했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군사기지를 손에 넣으면서 정부군보다 더 많은 전투 장비를 보유했다. 전 대원이 M16 소총을 3세트씩 갖추고 있으며 미국산 험비, 곡사포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IS가 옛소련제 T-55탱크 30대와 T-72탱크 10여대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IS는 재래식 무기를 넘어 생화학 무기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시리아 북부에서 확보한 IS 대원의 노트북에서 선페스트균을 이용한 생화학 무기 제조법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IS의 활동 대원 수를 1만5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라크 전문가들은 그 수가 곧 세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리아 인권감시단체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IS에 들어간 신입대원만 6300명에 달한다. IS는 조직원에게 지역 평균 임금의 세 배에 달하는 월평균 400~50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유럽과 호주, 미국, 옛 소련 지역 등에서 가담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실업률이 높은 유럽 국가의 이슬람 이민자 가정 자녀가 많은 편이다. 가디언은 IS에 약 3000명의 외국인 대원이 있고, 이 중 4분의 1이 영국 출신이라고 전했다. 시라즈 마허 영국 국제급진주의연구센터(ICSR) 연구원은 “진정한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이민자로 취급받던 ‘외로운 늑대’들이 온건 이슬람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급진주의 구호에 현혹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카에다·보코하람 등도 건재

마이크 로저스 미 연방하원 정보위원장은 최근 “IS와 알카에다, 보코하람 등 테러조직들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위협의 그물망(the threat matrix)’을 만들었다”고 경고했다. IS를 잔인하다는 이유로 파문했던 알카에다도 건재하다. 조직원 3000~4000명의 알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일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연간 3000만달러(약 300억원) 이상의 활동비를 쓰고 있다.아프리카 신생조직인 보코하람도 위력이 세다. 지역별 연계 조직을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확장하고 있는 보코하람은 알카에다의 지원금과 인질협상금 등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2013년 테러리즘에 대한 국가별 리포트’에 따르면 국제테러집단은 전 세계 총 54개 조직에 이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