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임영록·이건호 갈등 배경 수면 위로…'작년말 인사 마찰'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사이가 벌어진 것은 작년말 IT본부장 교체과정에서의 마찰이 직접적인 이유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측이 지난 26일 검찰에 낸 고발장을 보면 이 행장은 작년 9~12월 임 회장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국민은행 IT본부장의 교체를 요구받았다.임 회장은 이 행장이 본부장 교체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작년 12월에 후임자를 직접 추천해 본부장을 교체했다는 게 이 행장측의 주장이다.

이는 임 회장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결정 과정에 사실상 직접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임 회장에 대한 조사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발장은 KB금융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재열 전무와 문윤호 KB금융 IT기획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장 등 3명을 피고발인(업무방해죄)으로 하고 있으며 임 회장은 고발 대상에 들어있지 않다.고발장을 보면 임 회장은 작년 9월 26일 골프접대, 유학비용 지원 등 국민은행 IT본부장과 업체간의 유착의혹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우려를 전달했다.

이 행장은 감찰반에 조사를 지시했으나 특별감찰 과정에서 금품의혹을 찾지 못했다.

한달 뒤인 10월 24일 이 행장은 임회장에게 감찰결과를 보고했다.그러나 임 회장은 "방심하지 말라. 현실 안주보다 미래지향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기득권의 꼬리를 잘라야 한다"며 본부장을 조기에 교체해달라고 이 행장에게 요구했다.

이 행장은 11월 28일 임 회장이 재차 본부장교체 필요성을 언급하자 "7월에 임명된 본부장을 빨리 교체하면 잡음이 증폭된다"고 반대했으나 임 회장은 "현재 본부장 자체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 행장으로부터 교체검토 약속을 받아냈다.

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행장의 인식이 다소 안이하다'며 이 행장을 타박하기도 했다.이 시점에서 국민은행 IT본부장은 김재열 전무에게 "전산시스템 변경계획을 은행이 주도하겠다"고 통보, 전산시스템 변경의 주도권을 놓고 지주와 국민은행간 대립이 극으로 치달았다.

임 회장은 12월 20일 이 행장을 불러 후임 IT본부장의 선임을 종용했고 일주일 뒤에 27일에는 직접 조건철 당시 지점장을 추천해 본부장 승진을 관철했다.

이 행장은 고발장에서 김재열 전무가 이런 일련의 과정에 임 회장을 움직였고 보고서 허위조작 등으로 이사회 결정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행장은 고발장 곳곳에 임영록의 행위에 '집요한 교체 시도'. '허위사실로 교체 시도', '교체를 강권' 등 표현을 써 임 회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며 "고발장을 보면 연말 IT본부장 교체를 둘러싼 의견충돌이 임 회장에 대한 이 행장의 감정을 상하게 한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한편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정상적인 협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이 외부에 잘못 알려져 곤혹스럽다"며 "주전산기 문제는 은행장과 은행 사외이사가 조속한 시일에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 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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