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엔 독성금속 크로뮴·니켈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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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의 과학전자담배사용자가 늘면서 지난해 세계 시장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섰다. 제품 종류도 460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유해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주(현지시간 26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자담배에 대한 국제 규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담배보다 니코틴 적지만 독성 물질은 훨씬 많아
전자담배는 2004년 중국의 루옌이라는 업체가 최초로 개발했다. 니코틴이 녹아있는 액체를 가열해 수증기를 만드는 게 기본 원리다. 흡연자의 입이 닿는 ‘마우스피스’와 액체가 담겨 있는 ‘무화기’, 이를 가열하는 ‘배터리’ 등으로 구성된다.니코틴 함량은 일반 담배에 비해 적다. 평균적으로 열다섯 모금 정도 빨아들일 때 일반 담배 한 모금과 비슷한 니코틴을 들이마신다. 제조사들은 담배 대신 전자담배로 흡연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니코틴의 양을 차츰 줄여가면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광고한다.
WHO의 판단은 다르다. 전자담배의 연기는 단순 수증기가 아니라 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독성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신 8주 이후의 태아와 청소년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어 공공장소나 근무지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와 관련,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콘스탄티누스 시우타스 박사팀은 최근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 연기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자담배 연기에는 일반 담배 연기에 비해 미세 발암물질은 훨씬 적지만 독성 금속성분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전자담배 연기는 발암유기화합물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일반 담배에 비해 10배 적었다. 납, 아연 등도 일반 담배 연기에 비해 많지 않았다. 반면 일반 담배에는 없는 독성 금속원소 크로뮴이 들어 있고 니켈은 4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우타스는 “전반적으로 전자담배 연기가 일반 담배 연기보다 덜 해로운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 담배 연기에 없는 크로뮴이 있고 니켈이 일반 담배보다 훨씬 많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WHO 회원국들은 올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전자담배 규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