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 투자 수익률 급락…"좋은 시절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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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회사는 늘어나는데 물량은 줄어 들고…저금리 시대에 10%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어 각광받던 부실채권(NPL)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다. NPL을 매입하려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져 부실채권을 파는 은행들이 가격을 높게 부르고 있어서다. 최근 수익률은 5% 이하로 떨어졌고, 시장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NPL 매입 회사들로서는 예전보다 비싼 가격에 사와 낮은 수익률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저금리시대 "돈 된다" 소문…투자회사 10여개로 증가
낙찰가, 원금 99%까지 상승…수익률 5%로 '반토막'
○골드만삭스도 시장에 들어와지난 8월 초 국민은행은 1130억원어치의 NPL을 시장에 내놨다. 3~4개 NPL 투자회사가 입찰에 참여, 마이애셋자산운용이 낙찰받았다. 관심을 끈 것은 낙찰 가격이었다. 원금의 99%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임에도 불구하고 원래 가격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팔렸다.
한 NPL투자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원금의 70~80%에 NPL을 사왔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엔 90% 안팎을 줘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2월 하나은행이 내놓은 NPL(원금 기준 742억원)도 SBI저축은행이 99% 가격에 사갔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저금리 기조에 투자할 곳은 잃은 저축은행 자산운용사 등이 너도나도 NPL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종전에는 유암코와 대신F&I(옛 우리F&I) 등 3~4개 NPL투자회사가 시장을 나눠 가졌다. 최근엔 마이애셋자산운용, 디스커버리 인베스트먼트, 골드만삭스, 현대캐피탈, SBI저축은행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이에 비해 시장에 나오는 NPL 물량은 오히려 줄었다. 국내 NPL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은행의 NPL 매각물량은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1년 7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은행의 NPL 매각 물량은 지난해 6조2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엔 2조1000억원에 그쳤다.
○부실 주택채권에 투자 몰려NPL투자회사는 은행들이 내놓는 NPL을 사온 뒤 이들 채권의 담보를 경매에 부치거나 해당 채권자인 부실기업을 정상화시키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면 NPL 매입가격을 낮추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투자회사들이 남기는 수익률도 급락하고 있다.
NPL투자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엔 NPL을 사와 정상화시킨 다음 다시 팔면 연 10%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최근엔 5%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NPL 투자시장에 갓 뛰어든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빨리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택담보채권에 몰리면서 관련 분야 NPL 수익률이 더 빨리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택담보채권은 담보물을 경매에 부쳐서 수익을 올리는 데 1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면 부실기업과 관련된 NPL은 기업이 회생할 때까지 최장 10년까지도 기다려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