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 "KAI 20년 이끌 인재 뽑는다"

대형국책사업 수주 대비…연구개발 인력 2015년까지 1000명 채용

한국형 전투기·소형헬기 등 2020년까지 대형사업 확보
국내 전문 엔지니어 부족…해외서도 채용 설명회 열것
“항공기 제작의 성패는 우수 인력 확보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관련 분야의 전문 엔지니어가 부족하면 해외에서 채용설명회를 열어서라도 필요한 연구개발(R&D) 인력을 뽑을 계획입니다.”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사진)은 지난달 29일 우수 인력 채용의 고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KAI가 내년 말까지 R&D 부문에서 1000여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그의 고민을 반영한 조치다. 현재 KAI가 보유한 R&D 인력은 1300명이다. KAI는 연내 정기채용에서 300명을 뽑고 나머지 인력은 내년 중 수시채용으로 선발할 계획이다.그는 “한국형 전투기(KF-X)와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TX), 소형 민수헬기(LCH)와 소형 무장헬기(LAH) 등 대형 국책 개발 사업이 추진되면 앞으로 최소 20년은 끌고 갈 인재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며 “웬만한 대기업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R&D 인력을 채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 필요한 R&D 인력을 모두 조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채용설명회를 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 사장이 공격적으로 인력 유치에 나선 것은 고도의 기술·노동집약적인 항공기 산업의 특성을 감안해서다. 항공기 한 대를 제작하려면 필요한 부품만 약 20만~30만개에 달한다. 기체 설계와 전자, 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최근 들어 KAI의 항공 비즈니스에 대한 정보가 확산되면서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본사가 경남 사천에 있다 보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KAI에 오려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지난해 R&D 직원 24명을 뽑는 데 5000명이 몰렸다”고 전했다. 지원자 가운데 KAI를 ‘한국의 보잉’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KAI의 첫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하 사장은 2011년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을 끝으로 KAI를 떠나 2년간 성동조선해양 사장을 지냈다. 작년 5월 KAI 사장으로 돌아온 이후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으로 수출 물량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KF-X 사업에 대해서도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사업 추진 계획이 확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F-X는 2022년까지 공군의 미디엄급 전투기 120여대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사업이다. KAI는 수출 가능성과 개발 비용 문제를 들어 단발 엔진이 적합하다고 주장했고, 공군에선 전투력 향상 차원에서 쌍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KF-X 엔진은 지난 7월 쌍발로 결정됐다.하 사장은 “KAI에서 단발 엔진을 원했던 이유는 단발 엔진 중형기를 개발하면 수출 공략이 잘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분화된 전투기 시장에서는 무조건 고성능 기종을 제작하는 것보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