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옐로스톤국립공원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미국 최고 관광지로 꼽히는 옐로스톤국립공원은 18세기 말까지 백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 지명은 프랑스인 모피 사냥꾼들이 원주민의 부족 이름을 따서 노란 돌(Roche Jaune)로 부르던 것을 나중에 미국 사람들이 영어식 옐로스톤(Yellowstone)으로 바꿨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황 성분 때문에 바위가 누렇게 변했기에 붙은 이름이다.

공원 면적은 우리나라 충청남도보다 조금 넓다. 와이오밍주 북서쪽에서 몬태나주 남서부, 아이다호주 남동부까지 세 주에 걸쳐 있는데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의 세 배 정도다. 그랜트 대통령이 1872년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1978년에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뜨거운 물기둥이 솟구치는 300여개의 간헐천 등 크고작은 온천이 1만여개나 있다.가장 유명한 것은 올드페이스풀이라는 간헐천인데, 약 90분마다 40~50m 높이의 온천수를 4분 정도 분출한다. 땅속 5㎞ 아래의 용암 돔에서 생긴 열이 물을 수증기로 바꿔 멋지게 뿜어올리는 것이다. 엽서그림에 단골로 등장하는 그랜드 프리스매틱 온천도 장관이다. 지름 90m, 깊이 50m의 푸른색 온천수에 붉은색과 노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빛깔이 아름답다. 온천수와 수증기 너머로 어슬렁거리는 들소(bison), 큰사슴, 곰, 늑대 무리,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2배나 높은 로워 폭포(94m)도 더없이 경이롭다.

이곳에는 세계 최대의 화석숲이 있다. 오래전 화산재와 흙에 묻힌 나무들이 광물 성분으로 바뀐 것이다. 공원 밑의 슈퍼화산은 60만년 전에 마지막으로 폭발하면서 1982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폭발 때보다 100배 많은 화산재와 용암을 분출했다고 한다. 올봄에 규모 4.8의 지진이 감지되고 들소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자 슈퍼 화산이 곧 폭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자 미국지질조사국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본격적인 연구에 나섰다.

그저께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행히 대재앙이 금방 닥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폭발 주기가 60만년에서 80만년인 것을 들어 화산 폭발이 임박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아직 대재앙을 몰고 올 폭발 신호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폭발이 일어난다면 옐로스톤에서 가까운 로키산맥에는 1m 이상의 화산재가 쌓이고 동부와 서부 해안 지역에도 수㎜의 화산재가 확산될 것이라는 단서는 달았다. 자연은 말보다 몸짓을 먼저 보여준다는 걸 잊지 말자는 얘기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