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계 1등' 포스코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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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산업부 기자 selee@hankyung.com

하지만 포스코 임직원들 중에는 ‘포스코가 세계 1등’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애사심에서 비롯한 단순 구호가 아니다. 구체적인 자료가 있다. 미국 철강전문지인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랭킹이 그 근거다. 전 세계 36개 철강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데, 지난 5년간 일곱 차례 조사에서 포스코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1등을 했다.포스코는 총 23개 평가항목 가운데 기술혁신·인적자원 등 4개 항목에서 최우수 점수를 받아 올해도 1등에 올랐다. 생산 규모·영업이익·가격결정력 등 정량적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아르셀로미탈이나 중국 철강사들에 밀리겠지만, 정성적인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덕분이다.
그런데 이 WSD 순위가 되레 포스코의 중장기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내부 지적이 있다. 자칫 성장성 측면에서 중요한 요인인 정량지표를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2005년 27.2%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이 현재는 7%대로 뚝 떨어졌는데도 포스코 내부에선 WSD 자료에 취해 현실을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애쓰는 것도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정량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 영업이익률을 2016년까지 9%대로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포스코가 세계 1등이라는 언설에 동감하는 이들은 포스코 사람들뿐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현대제철과 같은 경쟁자의 등장으로 포스코 위상은 예전같지 않다. 그래도 포스코 임직원들은 늘 “6~7년 전만 해도 포스코 철강제품을 구하려고 고객사들이 줄을 섰다”며 옛 추억을 늘어놓고 있다. 포스코가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선 냉정하게 스스로의 위상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상은 산업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