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업 불황요? 우린 추석연휴에도 쉴 틈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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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 삼성문화인쇄의 뚝심 투자…'고품질 인쇄' 입소문‘패션 화보’나 ‘도록(圖錄)’ 등 고급 인쇄물을 찍는 삼성문화인쇄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장 가동률이 50%를 밑돌 정도로 일감이 없었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새로운 매체에 밀려 인쇄물이 줄어든 데다 원화 강세로 그나마 찾아오던 일본 등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까지 뜸해졌기 때문이다.
月 영업비 100만원도 안돼…설비투자 확대로 불황 돌파
조병욱 사장
"근검절약 부친, 장비는 최고로 써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 갖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2, 3년간 과감한 설비투자로 최신 인쇄설비를 갖추고 고품질 인쇄물을 만든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문이 몰렸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은 주말을 반납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대체휴일인 10일에 출근하기로 했다. 삼성문화인쇄 창업주 조영승 회장(80)과 아들 조병욱 사장(49)의 ‘뚝심 투자’가 빛을 발한 것이다.◆연매출 버금가는 과감한 투자
2일 오전 찾은 서울 성수동 본사에선 50여명의 직원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조 사장은 “납기를 맞추려면 24시간 공장을 가동해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삼성문화인쇄의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다른 인쇄업체들은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업종을 아예 바꾸기까지 했는데, 이 회사는 정반대로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했다. 딱딱한 표지의 책을 만들 수 있는 스위스 뮬러마티니 장비를 2012년에 20억원을 주고 샀다. 작년에는 페이지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엮어 풀칠까지 일괄 처리하는 장비를 사는 데 20억원을 추가로 썼다. 50억원 안팎인 연매출에 버금가는 투자를 최근 3년간 단행했다.◆불량 감소·납기 단축
투자에 따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불량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과거에는 외주 가공을 맡기느라 인쇄물을 이리저리 옮기는 과정에서 찢김이나 잉크 번짐 등의 현상이 종종 나타났는데, 이런 불량이 사라졌다.
공정을 바꾸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줄면서 납기도 단축됐다. 조 사장은 “과거에는 1주일 걸리던 일이 사흘이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일괄생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품질 개선과 납기 단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생산품종의 다양화, 소량 주문 등 최근 인쇄업계의 트렌드에도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광고대행사나 디자인회사, 대기업 등 거래처가 최근 늘어난 것도 이 영향이 컸다. 한 번 거래한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해주는 식으로 신규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조 사장은 “인쇄물 품질이 좋아지고 납기일을 잘 맞추다 보니 거래처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다”며 “지난 상반기에 못했던 물량까지 하반기에 해서 매출을 상반기 대비 두 배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영업비는 점심 밥값 정도만 허용 창업주인 조 회장은 업계에서 ‘근검절약’으로 유명하다. 회사 7층 식당 한편에 마련한 체력단련장은 조 회장과 직원들이 인근에서 주워온 운동기구들로 꾸렸다. 보기에는 낡았지만 작동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들이다. 1층에 있는 분수대는 주위에서 돌을 주워와 조성한 것이다.
조 회장은 자가용도 없이 서울 용산 자택에서 회사까지 50분 정도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한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고 월급으로 한 달에 200만원가량을 받아간다. 최대주주지만 1956년 창업 이래 현금배당은 이제껏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아들인 조 사장도 마찬가지다. 회사 전체 영업비가 한 달에 100만원이 채 안 될 정도로 비용을 통제하고 있다. 골프나 술 접대는 이 회사에서 꿈도 못 꾼다. 점심 밥값 정도만 영업비로 허용하고 있다.
이런 조 회장과 조 사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삼성문화인쇄가 장비를 사는 데 50억원 가까이 쓴다고 했을 때 ‘판단력이 흐려진 것 아닌가’ 우려했다고 한다.조 사장은 이에 대해 “부친이 개성 피란민 출신으로 화장지를 나눠 쓸 만큼 근검 정신이 투철하지만 회사에 필요한 장비는 제일 좋은 것을 써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며 “사업영역을 확대해 불황을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