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갈등 판박이…신한 3개월만에 일단락, KB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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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사태 4개월…4주년 맞은 '신한 사태'와 비교해보니
사태 발단은
1인자-2인자 인사권 등 갈등…검찰·금융당국 끌어들여
사태 후폭풍은
신한, 수신 등 영향 없어…KB는 예금 등 내리막길
"KB경영진, 재도약 준비해야"

◆‘KB사태’는 제2의 신한사태KB사태는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지난 5월19일 전산교체와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신한사태는 신한은행이 2010년 9월2일 신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촉발됐다. 내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 기관의 힘을 빌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내부 문제가 1인자와 2인자 간 갈등이라는 점도 닮았다. 신한사태는 라응찬 당시 회장과 이백순 당시 행장이 회장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신 사장과 다툼을 벌인 것이 핵심이다. KB사태는 이 행장과 임영록 KB금융 회장 간 인사권 다툼이 발단이 됐다.
사태가 벌어지자 관련 임직원들 간에 ‘편’이 갈린 것도 공통점이다. 두 사태 모두 갈등을 일으킨 사람들이 최고 경영진이었기 때문에 어느 쪽 줄에 서는지에 따라 향후 운명이 갈릴 수 있어서다.◆KB, 신한사태 참고해야
사태가 터지기까지의 과정은 비슷했으나 그 뒷모습은 다소 다르다. 신한은 사태가 벌어진 지 한 달여 만에 라 회장 사퇴(2010년 10월)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신 사장, 이 행장 등 핵심 인물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법적다툼으로 옮겨갔고, 한동우 회장과 서진원 행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사태를 수습했다.
그러나 KB사태의 핵심인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금융당국의 제재 장기화에 따라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출신 간 갈등이었던 신한사태와 달리 KB사태의 핵심 인물은 모두 외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행보에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신한은행은 사태 이후에도 실적이 나빠지지 않았다. 수신 점유율(5개 대형은행 기준)은 2010년 말 20.31%에서 2011년 3월 말 20.72%로 오히려 높아졌다. 순이익은 2010년 1조6704억원에서 2011년 2조1189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국민은행의 시장점유율은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금 점유율(9개 대형은행 기준)은 지난 3월 말 20.8%에서 20.5%로 떨어졌다. 경영진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영업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은행 안팎의 분석이다.
따라서 금융권 전문가들은 KB 경영진이 사태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신한사태 이후 비교적 빨리 제자리를 찾은 신한금융처럼 다시 도약할 계기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KB사태 해결을 위해 금융당국의 결정도 가급적 빠른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