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2차 토론] 1차때보다 단호해진 朴대통령 "내년요?…내일부터 해결하세요"

속도전 다그치는 朴대통령

"규제개혁 너무 안이하고 더딘것 아닌지"
장관들 답변 모호하면 "빨리 착수하세요"
"자식 굶겨선 안된다는 어머니의 열정으로"

< 대학생 참석자들 > 대학 창업동아리 회원들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 참석해 토론을 듣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내일부터 당장 해결에 착수해주세요.” “국토교통부는 이번 기회에 (입지규제를) 아주 눈 딱 감고 확실히 풀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수차례 다급한 심정을 드러냈다. 참석한 장관들을 다그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회의도 지난 3월의 1차 규제개혁 ‘끝장토론’ 때보다 긴박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규제개혁 속도가 더디다는 박 대통령의 절박감이 그대로 묻어났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첫 발언부터 규제개혁이 너무 안이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속도전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쟁국들은 과감히 규제개혁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규제개혁은 너무 안이하고 더딘 것이 아닌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 우리 경제는 중대한 골든타임에 들어서 있으며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토론 과정에 수시로 개입하면서 각 장관들이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규제개혁 포털사이트 내용을 설명하자 박 대통령은 “몇마디 말씀드리겠다”며 “양적인 개선보다는 질적인 개선에 방점을 둬야 한다. 민원인이 부처에 직접 소명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참석자들의 규제개선 요구에 장관들의 답변이 불분명하면 곧바로 끼어들어 다그쳤다. 한 참석자가 소규모 영세 농가의 지역특산품 제조시설 허가 요건이 까다롭다고 지적한 데 대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내년 중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내년요? 융통성을 발휘해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지규제와 관련) 국토부와 환경부의 해석이 다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대해 제정부 법제처장이 “두 부처의 입장을 들어 법적으로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하자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부처마다 해석이 다른 부분은 원스톱으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게임업체 대표가 영세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기술료 징수 절차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해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개선이 필요하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자 박 대통령은 “내일부터 당장 해결하는 데 착수해달라”며 “빨리 속도를 내는 게 해결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 경험을 들어 규제개혁에 대한 공무원들의 열정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에 한 기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가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며 “키도 작고 힘도 없는 어머니가 혼자 10명의 아이를 맡았을 때의 심정으로 헤쳐간다는 답변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비결은 한 명도 굶겨서는 안 된다는 어머니의 열정과 관심”이라며 “공무원들도 그런 열정으로 달려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규제개혁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직 사회에 일단 시간을 벌어놓고 보자는 일처리 방식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런 방식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1주일에 한 번씩 회의할 게 아니라 필요하면 매일 해서라도 몇 주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감사 평가도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무원은 격려하고 소극적으로 일하는 공직자는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