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예상 밖 기준금리 인하…年 0.05% '사상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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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 불안 차단…드라기 "10월 추가 양적완화"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부양을 위해 예상 밖 ‘극약처방’을 꺼냈다. 소비와 투자를 자극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고 오는 10월부터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본드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물가상승률이 ECB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가운데 일본식 장기 불황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이 이런 처방을 꺼낸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너스 예치금리'도 효과 없어…실효성 미지수
○기준금리 연 0.05% 사상 최저4일(현지시간)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05%로 0.1%포인트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ECB는 지난 6월 기준금리를 10bp(1bp=0.01%포인트) 내린 후 연 0.15%로 동결해왔다. ECB는 하루짜리 예금에 적용되는 예금금리와 초단기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0.2%와 0.3%로 10bp씩 낮췄다. 예치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 예치하는 여윳돈에 적용되는 것으로 ECB는 지난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예치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끌어내렸다.
이는 은행들이 ECB에 맡기는 돈에 오히려 수수료를 물리는 것으로 은행이 기업과 가계에 적극적으로 대출하도록 한 조치였다. 이날 예치금리를 추가로 내린 것은 ECB의 경기 부양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간부문의 ABS를 매입하는 비전통적 양적완화 방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며 “10월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간부문 고용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중소·중견 기업을 살리려면 금리 인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ABS는 부동산, 유가증권, 주택저당증권(MBS) 등 다양한 자산에 기초해 발행되는 증권이다. 커버드본드는 ABS와 유사하지만 담보자산에서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부여돼 안정성이 더 높다.
ECB가 양적완화 시 전통적 매입 대상인 국채 대신 ABS에 주목한 것은 각국 회원국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채 매입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블랙록 솔루션이 ECB에 ABS 매입 프로그램의 시행과 설계에 관해 컨설팅을 제공 중이다. JP모간체이스는 EU 지역 내 ABS 유통 시장을 1조2000억유로로 추산했다. 올해 유럽에서 총 470억유로 규모의 ABS가 팔렸다. ECB의 추가 경기부양책 발표에 시장은 환호했다.
유럽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고, 유로존 주요국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런던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1% 가까이 급락한 1.3021달러에 거래돼 14개월래 최저를 기록했다.○민간부문 자산 매입 효과 낼까
ECB의 초저금리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ECB가 예치금에 사상 처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정책 효과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럽은행 간 무담보로 하루 동안 돈을 빌려주는 초단기 금리(Eonia)는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마이너스(-0.0004%)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일 -0.013%로 떨어졌다. 이는 유럽 은행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서로 돈을 빌려줬다는 뜻이다.
양적완화와 추가 금리 인하 등 어떤 추가 정책도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자산 매입을 통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는 시중금리를 낮추는 데 목적이 있는데 이미 기준금리 자체가 0%대로 떨어져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뉴욕타임스(NYT)는 ECB의 초저금리 정책이 재정이 취약한 남유럽 국가의 위기를 막는 연명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한 자산운용사 대표인 크리스찬 히메네스는 “재정위기국의 빚을 ECB가 대신 갚아주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채 발행에는 좋은 시기지만 경제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보라 기자/뉴욕=이심기 특파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