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적자였습니다" 황당 공시…한신공영 회계오류 '고백' 투자자 '패닉'

삼일회계로 바뀐 뒤 "안산사업장 손실 반영 안됐다"
분식회계 가능성도 제기…한영회계는 부실감사 논란
주가 32% 급락하자 투자자들 손해배상 소송 움직임

중견 건설사인 한신공영이 과거 수년간의 흑자가 사실은 적자였다고 밝힌 정정공시는 회계오류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파장이 크다. 정정공시 이후 주가는 닷새 동안 30% 넘게 떨어져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정감사인이 회계오류 발견

한신공영의 회계오류를 발견한 것은 올해 정부가 강제 지정한 외부감사인 삼일회계법인이다. 한신공영은 우선주 유통물량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2012년 관리종목에 지정됐고,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았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영회계법인이 감사인을 맡아 오다 9년 만에 감사인이 바뀐 것이다.

삼일은 한신공영이 2008년 사업권을 매입한 경기 안산 전문공구유통상가의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 한신공영과 한영 측에 정정을 요구했다. 이 상가 건설의 사업권을 한신공영이 인수했기 때문에 단순 도급사업으로 분류할 것이 아니라 자체사업으로 분류해 손익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한신공영과 한영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개 연도 감사보고서를 한꺼번에 고치는 초유의 정정공시를 냈다. 여기에는 공구상가 손실 500억~600억원을 포함, 총 960억원의 회계오류가 반영됐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사업권 매매 계약서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명의를 바꾸지 않고 손실 처리를 안한 데서 고의적 분식회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신 측, “고의적 분식 아니다”

한신공영은 그러나 회계 판단 기준이 달라 일어난 문제일 뿐 분식회계 가능성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시행사가 따로 있기 때문에 도급사업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삼일은 시행사 손실을 건설사 위험요인으로 분류했다”며 “보유자산에 대한 시각만 바뀐 것”이라고 해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자체사업과 도급사업이 회계에서 혼돈을 가져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IR담당 관계자는 “자체 사업과 도급은 회계처리 때 완전히 다르게 구분하고 있다”며 “공사를 시작할 때 건설사가 자체 사업인지 도급인지를 명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 소송 잇따를 가능성도

금융감독원이 감리를 벌여 고의적인 분식회계라는 결과가 나오면 한신공영은 제재 조치를 받게 된다. 고의적 분식회계가 맞다면 한신공영이 과거 흑자를 냈던 감사보고서를 믿고 주식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을 속인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감사인을 맡았던 한영 역시 감독원 제재와 소송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한영은 정정 감사보고서에서 한신공영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한영은 “한신공영은 사업권 인수에 대한 재무보고 과정, 금융자산 및 비금융자산의 손상 절차, 수익인식 재무보고 절차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통제 절차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회사의 주요 계정에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고백했다.

투자자들도 주가하락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한신공영이 회계오류를 고백한 이후 주가는 32.8% 하락했다.

하수정/김동현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