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환갑 넘은 팝 여왕의 별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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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 로퍼‘그녀는 정말 별나요(She’s so unusual).’
신디 로퍼·잰시 던 지음 /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408쪽 / 1만8000원
1980년대를 풍미한 팝 가수 신디 로퍼(사진)의 데뷔 앨범 제목이다. 펑키 스타일의 빨간 머리, 집시 풍의 옷차림과 치렁치렁한 장신구, 말 한번 잘못 걸었다가는 거친 독설이 날아올 것 같은 강한 인상. 뉴욕 뒷골목을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첫 싱글 ‘여자들은 단지 즐기기를 원해(Girls just want to have fun)’를 부르던 그의 모습은 정말 평범하지 않았다.로퍼가 예순 살에 작가 잰시 던과 함께 쓴 회고록 《신디 로퍼》에 ‘반전’은 없다. 글도 ‘신디 로퍼’답다. 대중 매체와 뮤직비디오, 사진 등을 통해 형성된 그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콘셉트가 아니라 본래의 모습임을 확인시켜 준다. 자유분방하고 거침없고 솔직하다.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어느 자리에서나 ‘필터’없이 할 말을 그대로 쏟아낸다”는 성격이 드러난다.
‘나는 열입곱 살에 집을 떠났다’란 문장으로 시작되는 회고록은 시간순으로 전개되지만 시공을 자유롭게 오간다. 총 18장으로 구분해 놨지만 큰 의미는 없다. 글을 쓰던 2012년 3월까지 한달음에 달려간다.
서른 살에 발표한 데뷔 앨범으로 ‘빅스타’가 되기까지의 처절한 생존기가 전체 분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좋지 않은 기억도 가감 없이 꺼내 놓는다. 아동성도착증 환자인 의붓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왔고, 강아지를 데리고 길거리에서 구걸도 했다. 남의 노래를 부르는 ‘커버 밴드’ 보컬 시절 밴드 멤버에게 강간당한 적도 있다. 이성애자인 그가 동성애자 권리보호 운동에 왜 발 벗고 나서는지, 성차별적인 세상에 어떻게 맞서고 싸워 왔는지도 속속들이 털어놓는다.
그가 직접 얘기하는 각 앨범과 곡에 얽힌 사연과 의미가 흥미롭다. ‘여자들은 단지 즐기기를 원해’는 “억압과 속박에 갇힌 여자들을 위한 송가”였고, 대표곡 ‘쉬 밥’은 여자들의 자위행위를 다층적인 의미로 포장한 노래였다. 책을 읽고 나면 로퍼의 노래들이 새롭게 다가올 듯싶다. 아는 만큼 들리는 법이다.
송태형 기자 toug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