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大生들과 함께한 국제 봉사…더 보람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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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동아리 '엔박스'와 캄보디아 다녀온 이화여대 최용상 교수“국제 교육 봉사를 하고 나더니 사회복지사로 전향하겠다는 학생까지 생겼습니다.”
기초적 공학 실습 재료조차 없어
'한국의 좋은 환경' 깨달은 계기
"봉사 끝나니, 사회복지사 한대요"
최용상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공대 글로벌재능기부위원회 위원장(36·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올초 공대 재능기부 동아리 ‘엔박스’를 만든 그는 동아리 학생 15명과 함께 지난 7월 초 8일 일정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에 공학교육 봉사를 다녀왔다. 연초 세 명만 데리고 단출하게 다녀올 때보다 봉사 규모가 훨씬 커졌다.프놈펜 현지 이화사회복지센터, 조이풀 유치원 및 초등학교(뿌레엑롱 희망학교) 학생 300여명이 대상이었다. 동아리 회원들이 왕립프놈펜대학(RUPP) 공대 학생 15명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가르치러 간 학생들이 오히려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배웠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정말 좋아했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지난 4월 동아리원 선발과정을 마치고 두 달 동안 봉사 프로그램 구성과 교본 작성에 몰두했다. 동아리원은 환경공학과, 식품공학과, 건축공학과 등에서 4학년을 주 대상으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학생을 선발했다. 계절학기 1학점 인정은 ‘덤’으로 줬다. 첫날은 RUPP 학생들과 어색함을 깨기(아이스브레이크) 위한 공동 실험에 주력했다. 스파게티 면발로 건축공학 원리 습득하기, 로봇 작동 언어 프로그래밍 등이다. “RUPP에 공대가 올해 처음 생겼을 정도로 캄보디아는 공학교육이 취약한 곳입니다. 같이 실험하면서 두 대학 학생들이 많이 친해지더라고요. 다음날부터 아이들을 같이 가르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튿날부터 교육이 시작됐다. 김밥·입체도형·바람개비 만들기, 안정적인 건축을 위한 도면 그리기, 빨대로 건물 만들기, 망원경 만들기 등이다. “기본적인 교육 아니냐”고 묻자 그는 정색하며 말했다. “뭘 ‘만드는’ 수업이 하나도 없고, 그 흔한 장난감조차 없어요. 색종이도, 골판지도 없고 렌즈 같은 건 물론이고 재료 자체가 없어요. 하다못해 유리병과 페트병 밑을 잘라서 렌즈로 활용했습니다. ”그는 현지 교사 등에게 2개월을 들여 작성한 교본 ‘엔박스 티칭 가이던스’를 일일이 나눠줬다. 그리고 봉사단이 떠난 뒤에도 자체적인 교육을 계속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저개발국은 공학시설을 현지에 마련해도 전문인력이 없어 관리가 안 돼요. 국제원조는 향후 기업 진출을 염두에 둔 ‘구속성 원조’가 대부분인데, 사실 인도적 차원에서 지속가능하고 자립적인 발전을 유도하려면 현지 인력 육성과 교류가 우선시돼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공적개발원조(ODA) 활동에 공대생들이 많이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들도 공학교육 인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하고요.”
서울대 대기과학 박사학위를 따고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 생활을 한 그는 4년 전 이대 조교수로 부임했다. 교육부 국제협력선도대학사업을 하면서 캄보디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왜 진작 학생들에게 이런 좋은 기회(공학교육 봉사)를 주지 않았을까 후회된다”며 “활동 범위를 더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