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중국자본] 中 복부인 '다마', 홍대 주변 상가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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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송도 중심 투자서“중국계 자본이 서울 동교·서교·합정동의 도로를 낀 땅이 매물로 나오면 바로 매입합니다. 유커(遊客)들이 출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인 홍대 상권에 면세점 화장품가게 등을 지어 사업을 하려는 겁니다. 이 영향으로 4년 전 3.3㎡당 1500만원 전후이던 단독주택 부지가 3.3㎡당 2500만원 이상 호가하고 있습니다.”(여계은 신한은행 동교동지점장)
면세점·화장품 판매사업용
서울시내 상가 매입 활발
중국인들이 매입하는 국내 부동산이 다양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겨냥해 제주 땅을 주로 매입했지만 최근에는 유커를 대상으로 사업하기 위해 홍대 상권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또 실수요나 투자 목적으로 오피스텔이나 상가를 매입하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마포구가 집계한 외국인 토지 취득 현황에 따르면 중국인이 매입한 마포구 내 땅은 2012년 3월 2410㎡에서 지난해 3월 2864㎡, 올 3월 5789㎡ 등으로 늘고 있다. 마포구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점은 44개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인 24개가 2010년 이후 생겼다. 홍대상권에서 영업 중인 중국 전담 여행사도 23개나 된다.
연남동 A공인 관계자는 “유커들이 홍대 인근 면세점 건강식품점 등에 들러 마지막으로 쇼핑한 뒤 강변북로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며 “화교들이 관광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상가 건물을 짓기 위해 도로를 낀 단독주택 부지를 많이 찾지만 매물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중국 복부인 ‘다마(大)’가 국내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투자나 실수요 목적으로 국내 부동산을 매입하는 중국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마는 본래 중국어로 ‘큰어머니’라는 뜻이다. 요즘은 부동산 재테크로 부를 일군 40~50대 복부인을 일컫는다.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 B씨(53)는 최근 서울 마곡지구에 기업이 몰린다는 정보를 얻고 서울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 5번 출구 앞에 짓고 있는 ‘우성르보아’ 상가 1층 점포(297㎡)를 27억원(3.3㎡당 3000만원대)에 사들였다. 인천 송도의 ‘송도센트럴파크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은 최근 중국인들이 잇따라 계약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한국에 자주 드나드는 중국인이 투자나 임대 목적이 아닌 실거주용으로 분양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땅은 592만㎡로, 공시지가로 따지면 5807억원이다. 5년 전인 2009년 6월 말(2만㎡, 4억원)에 비해 넓이는 296배, 금액은 1452배 늘었다. 2010년 처음 도입된 부동산 투자이민제 영향이다. 이는 외국인이 5억원 이상(제주, 강원 평창 기준) 휴양시설에 투자하면 5년 후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이현진/조성근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