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카지노 유치 경쟁] 稅收 늘고 관광 활성화…美 제조업 떠난 자리에 '카지노 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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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경제 활력…카지노업체가 4억弗 투자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북쪽으로 차로 1시간 거리인 볼티모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이너하버. 지난달 26일 저녁 수천여명의 인파가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대형 카지노 호스슈(Horseshoe) 개장식을 찾았다.
일자리 1700여개 창출…실업·빈곤율 크게 감소
"우리 州로 오세요"…대형 카지노 허가한 州 10년새 11→23곳으로
스테파니 롤링스블레이크 볼티모어 시장은 “정규직 일자리가 1700여개 새로 생겼고 수백만달러의 세수가 늘어난다”며 “교육예산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는 “오늘 밤은 즐거운 날”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카지노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밤새 이용자가 몰려 개장 12시간 만에 1만5000명 이상이 카지노를 찾았다.◆탈공업화 도시에 새 둥지 마련
볼티모어 시내 한복판에 들어선 호스슈 카지노는 미국 동부의 쇠락한 옛 공업도시들이 카지노산업에서 경제회복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볼티모어는 철도 조선 항만 항공산업 등으로 명성을 날린 공업도시였지만 1970~1980년대 이후 제조업과 항만산업이 침체되면서 경제가 위축됐다. 디트로이트와 함께 범죄율이 가장 높은 대도시로 악명이 높았다.
한때 관광문화 도시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다시 위기에 빠졌다. 높은 실업률(10%)과 빈곤율, 범죄율 등 삼고(三高)에 시달렸다. 볼티모어시가 찾은 해법은 카지노였다. 일자리를 늘리고 세금 확충으로 교육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 빈곤율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카지노 직원 1700명을 뽑는 데 3만여명이 몰렸다고 한다.볼티모어는 시저스엔터테인먼트에 카지노 인가를 하면서 첫해에 토지임대료, 재산세, 카지노 수익금 공유제 등으로 최소 1100만달러(약 113억원) 이상을 보장받았다. 시저스는 4억4200만달러의 공사비를 투자했다. 122대의 테이블 게임을 비롯해 25개의 포커 룸, 2500대의 슬롯머신을 갖춘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대형 카지노다.
롤링스블레이크 시장은 “카지노가 볼티모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광산업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2년 이후 5개의 대형 카지노가 들어선 메릴랜드주의 카지노 수입은 연간 10억달러에 육박한다. 메릴랜드주는 2016년 워싱턴DC 남동쪽과 메릴랜드주의 경계지역인 내셔널하버에 MGM카지노를 개장할 예정이다.
◆“카지노, 美 지역경제에 한 축”뉴욕주도 카지노산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뉴욕주는 지난해 말 뉴욕시 위쪽에 위치한 옛 공업지대에 최대 7개의 카지노를 설립할 수 있도록 주헌법을 수정했다. 16개 카지노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9~11월 중 청문회 등을 거쳐 최종 4개 카지노를 인가할 예정이다.
2013년 주헌법 수정 당시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우리 주 사람들이 뉴저지주(애틀랜틱시티)로 가 카지노 게임을 즐기는데 세금을 다른 주에 빼앗기고 있다. 왜 이들을 뉴욕주로 불러오지 못하는가”라고 반대파를 설득했다.
매사추세츠주는 지난 6월 스프링필드에 8억달러의 카지노 투자를 승인했다. 12개의 카지노를 갖고 있는 펜실베이니아는 필라델피아에 13번째 카지노 승인을 고려 중이다. 보스턴-뉴욕-필라델피아-볼티모어를 잇는 옛 공업지대가 동부의 ‘카지노 벨트’로 재구성되고 있는 셈이다.뉴욕타임스는 미 북동부 10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25마일(약 40㎞) 이내에 카지노를 두고 있다고 전하면서 “카지노가 동부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10년 전 미국에서 대형 카지노를 허가한 주(州)는 11개였지만 현재 23개로 늘어났다. 인디언 보호구역 내에 있는 ‘인디언 카지노’를 합치면 40개주가 도박을 합법화하고 있다.
볼티모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