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인시장 '문화예술 장터' 변신

시끌벅적한 전통시장과 현대예술의 색다른 만남

시장 곳곳 벽화·먹거리…2030 젊은층에 인기몰이
夜시장 하루 6000명 찾아…지역 최대명물 자리매김
지난 6일 밤 열린 대인시장 야시장에 온 사람들이 게릴라 경매에 참가하고 있다. 최성국 기자
“깜짝 놀랐습니다.” 광주광역시 대인동 대인시장에서 열리는 야시장에 처음 온 사람들의 탄성이다. 전통시장에 인파가 넘쳐나고, 시장을 찾는 사람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이 문화·예술과 접목된 시장으로 변신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6일 밤 대인시장에선 옛날 전통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대목시장’ 모습이 재현됐다.환하게 밝힌 시장에선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야시장은 작가와 상인들이 내놓은 액세서리 그림엽서 머그잔 등을 사려는 사람들의 흥정소리로 시끌벅적했다. 통기타 가수와 성악가, 전자바이올리니스트 등의 공연장에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서울에서 온 김정현 씨(29·경희대 경영대학원)는 “소문 듣고 왔는데 활기가 넘치고 젊은 세대까지 어우러지는 전통시장은 처음 봤다”며 “예술가들이 상인들과 함께하려는 진심 어린 노력이 전통시장을 문화·예술시장으로 탄생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시장으로 변신

대인시장도 빈 점포가 늘어나면서 손님이 줄고 썰렁해지는 등 여느 전통시장처럼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대인시장은 2008년 예술인을 지원하는 광주비엔날레의 ‘복덕방 프로젝트’를 통해 달라지기 시작했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시장 내 10여곳에 설치미술을 선보이고 시장 곳곳에 벽화를 그리면서 시장은 문화·예술공간으로 변화해 나갔다. 현대미술과 전통시장의 결합이 호평을 받자 참여작가 중 5명은 아예 시장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상인들과 동거를 시작했다. 지금은 작업실 25개와 작가 42명으로 규모가 늘어났다. 올초엔 주차타워 1개층을 개조해 작가 12명이 입주했다. 독일에서 유학하고 지난 4월 이곳에 공방을 낸 한옥건축가이자 천연염색작가 송호삼 씨는 “다양한 예술인들이 모여 협업을 하면서 예술적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사람냄새 물씬 나는 시장에서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야시장에 6000명 찾아

대인시장은 매달 둘째주 금·토요일에 열리는 야시장도 인기다. 야시장은 ‘별밤에 열리는 시장’이라 불리는데 줄여서 ‘별장’이라고 한다. 2011년 작가들이 중심이 돼 시작한 야시장은 올 들어 하루 5000~6000명이 찾을 정도다. 상인들은 “매대 한 곳의 하룻밤 매출이 100만원을 넘는다”고 소개했다.

박종철 대인예술시장 별장프로젝트팀 사무국장은 “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사업(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의 유일한 모델시장”이라며 “올해는 참여를 희망하는 일반인 판매자와 시장상인이 크게 늘어 야시장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대인시장이 한층 더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초기 작가들과 상인들의 활동시간이 달라 빚었던 갈등은 이제 없어졌다. 하지만 전국적인 시장으로 유명해지면서 임대료가 올라 짐을 싸는 작가가 생겨나고 있다.

박시훈 대인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은 “상인들도 사진 음악교실 등 예술 경험을 통해 시장운영에 문화·예술을 접목하고 있다”며 “체험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특색 상품을 개발해 광주를 대표하는 전국 최고의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전통시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