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백년수인(百年樹人)

좋은 품성 가진 인재 고르는 법
정직하고 진심 있는지 따져봐야

이순우 < 우리금융지주 회장 wooriceo@woorifg.com >
하반기 채용 시즌이 시작됐다. 우리은행도 지난달부터 신입행원 채용공고를 내고 지원서를 받고 있다. 훌륭한 능력을 갖춘 지원자가 많이 몰린다. 하지만 나는 화려한 ‘스펙’보다 오히려 실패 경험이 많은 지원자를 유심히 보게 된다. 아마 내가 학창시절에 실패를 많이 해봐서 그런지 모르겠다.

CEO가 돼서 가장 즐겁고 보람된 일이 신입행원을 뽑는 일이다. 물론 가장 어렵고 힘든 일 역시 인재를 뽑는 일 같다. 은행은 첫 번째 자산이 고객이며 두 번째 자산은 직원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이 중요한 곳이다. 춘추전국시대 관자(管子)는 “한 번 심어 한 번 거두는 것이 곡식이고, 한 번 심어 열 번 거두는 것이 나무이며, 한 번 심어 백 번 거둘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라고 했다. 고객을 위해서라도 그분들을 모셔야 할 직원을 뽑는 일에 항상 막중한 책임을 느끼게 된다.요즘은 실무형 인재를 뽑는다며 고민하는 CEO도 많은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은행에서 실력은 더 많은 고객을 만날수록 쌓이는 법이다. 더 많은 고객을 만나려면 항상 진심으로 대하고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것이 실력이다. 따라서 좋은 은행원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자격증보다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품성’이 중요하다. 우리은행도 이번 행원 채용 때 금융자격증이나 영어점수를 배제하고 인성면접에 집중하자는 방침을 정했다. 다른 금융회사 CEO들도 ‘좋은 품성’을 가진 인재를 찾고 있다. 하반기 금융권 채용은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듯하다.

인성을 판단하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내 기준으로 첫 번째는 ‘정직’이고 두 번째는 ‘진심이 담긴 웃음’이다. 이 두 가지는 나를 말단 행원에서 은행장까지 오르게 해준 소중한 자격증인데, 지난 38년 동안 한 번도 통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이 두 가지 자격증을 갖고 나니 많은 고객이 일부러 나를 찾아주었고 업무 실력과 영업 실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상반기에 특성화고 학생 150명을 신입행원으로 뽑았다. 고등학생인데 벌써 금융자격증이 몇 개씩 있는 친구도 많았다. 그래서 “앞으로 자격증 취득은 은행에서 열심히 지원해줄 테니 항상 정직하고 밝게 웃으며 지내라”고 이야기해줬다.회현동(會賢洞). 우리은행 본점이 위치한 곳인데 ‘현명한(賢)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會) 곳’이라 지명이 회현동이란다. 회현동에 ‘정직’과 ‘진심이 담긴 웃음’ 두 개의 자격증을 가진 현명한 인재들이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

이순우 < 우리금융지주 회장 wooriceo@woorif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