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오바마 "IS 궤멸시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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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13주년 하루 앞두고 시리아 공습 천명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시리아 근거지까지 공습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IS 격퇴 전략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11 테러 13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9시 백악관에서 한 정책연설에서 “IS를 분쇄하고 파괴시키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며 “IS가 어디에 있든 격퇴시키고 시리아 공습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위협하면 어디든 안전한 피란처가 없다는 것을 IS가 알게 될 것”이라며 테러세력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동에서 발을 빼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전략에 일대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美 위협 땐 피란처 없어…이라크 등과 연합전선 구축…테러집단 응징 나설 것"
美, 중동 군사개입 다시 확대…오바마 정부 외교전략 변화
◆연합전선 구축으로 격퇴오바마 대통령은 IS 격퇴전략을 설명하면서 △IS에 대한 공습 강화 △이라크 정부군 및 시리아의 온건 반군 지원 △국제 연합전선 구축 △인도적 구호 노력 강화 등 4대 원칙을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독자행동이 아니라 ‘다자주의적 개입’을 강조했다. 유럽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과도 연합전선을 구축,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38개국이 IS 격퇴 전략에 참여할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동맹·우방국의 지원 속에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차별화한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이라크에서는 미국이 공습을 주도하고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군이 지상에서 IS를 공격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475명의 미군을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 시리아에선 수십만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아사드 정권의 협조를 받지 않는 대신 온건주의 반군단체들이 IS를 격퇴할 수 있도록 군사지원을 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시리아 반군을 무장하고 훈련하는 데 필요한 5억달러의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을 지지한다”면서도 “테러리즘 대응에 불충분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쟁의 시작”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전략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과는 다르다는 것을 국민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전투군 파병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라크 전쟁 종료를 선언한 지 3년 만에 다시 이라크에 154차례 공습을 단행했고 1043명 외에 475명의 병력이 추가 파견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략이 ‘전쟁 종식’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유산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전쟁을 후임자에게 넘겨줄 것”이라며 IS 격퇴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쟁 종료’라는 자신의 유산을 위태롭게 하면서도 시리아 공습을 결정한 것은 국내 여론이나 정치상황과 무관치 않다. 미국인 기자 2명이 IS에 의해 참수된 이후 시리아 공습에 찬성한다는 여론 비율이 3분의 2에 달하자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IS 격퇴 대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IS의 테러행위를 척결하고자 하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월과 8월 이라크 북부지역의 인도적 위기 해결을 위해 각각 20만달러와 1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김대훈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