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MBC ‘헬로 이방인’은 JTBC ‘비정상회담’을 베꼈나?

▲ ‘헬로! 이방인’이 ‘비정상회담’을 베꼈다고 한다면 ‘비정상회담’은 ‘미녀들의 수다’를 베낀 것이 된다.(사진 = MBC)

국내외적으로 많이 지적되듯이 한국 사람들은 외부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관심이 많다. 다른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조직 나아가 사회, 국가들이 자신이 사는 나라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자신의 영화 홍보 차 방한했을 때 ‘싸이를 아느냐, 한국의 김치와 불고기를 좋아하는가’라는 질문 등이 빠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학할 필요는 없다. 부자이면서 강자이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약자이고 빈자일수록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 심리학적 연구의 결과이기도 하다.

‘세계의 문화와 조직’에서 Geert Hofstede는 한국 같은 나라를 집단주의 문화 사회의 유형에 속한다고 했다. 집단주의문화는 집단을 우선하는 문화일수도 있지만 집단 속에서 자신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그리고 어떤 위치에 존재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를 말한다.

즉 집단 안에서 상위에 속하는지 아니면 하위에 속하는지 그 평가 여부에 따라서 자신의 존재감이나 행복감을 충족하기도 한다. 집단 안에서 상위에 랭크될수록 그러한 점을 대내외적으로 드러내거나 과시한다. 이는 유교 문화 때문이 아니라 농경사회의 습속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그간 무조건 다른 모든 이들의 관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예컨대 백인들이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때면, 한국인들의 호감은 더욱 놀라운 폭발력을 갖는다. 대개 백인은 선진국가의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흑인이나 아시아 아랍계보다는 백인, 그 가운데에서도 영어를 잘 구사하는 이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이는 실제와 관계없이 영국과 미국이 선진국이라는 각인이 무의식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방송 미디어에 등장하는 외국인들의 캐릭터가 예전보다 다양화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들을 다루는 방식도 폭넓어졌다.



JTBC ‘비정상회담’은 세계 여러 나라 남성들을 출연자로 등장시켜 미녀들의 수다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해냈다. 글로벌 토크쇼를 내세운 KBS ‘미녀들의 수다`’는 대중적 인지도에도 광고 판매가 저조한 대표 프로였다. 왜냐하면 주시청자 층이 소비의 중심인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여성들을 성상품화 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다만 다양한 일상생활 소재의 다문화 성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JTBC ‘비정상회담’은 미녀대신 미남들을 선택했다. 여성 성상품화를 비켜가려한 것이며 이는 콘텐츠 소비자와 광고를 모두 고려한 선택이었다. 미남들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듯 미남들이 각각 서로 논쟁과 논박 그리고 토의도 할 수 있는 방식을 적극 도입했다.



또한 주제를 넓고도 깊게 선택했다. 일상생활 소재만이 아니라 진지하고 심도 있는 주제를 다뤘다. 이는 비정상회담이라는 이름 자체에 내포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다양한 각국 사례를 통해 멘토링을 구사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예능적인 요인을 강화하려고 각 캐릭터를 좀 더 구체화해 설정했다. 무엇보다 우연적 유희와 재미를 강화했다. 단지 일정한 순서에 따라 토크가 오고가는 방식을 넘어서서 무작위적으로 대화가 오가는 리얼토크 버라이어티의 성격이 강했다. 이는 애초에 준비한 각본대로 움직이지 않는 우연적 리얼리티의 강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새로운 유형은 KBS 3부작 ‘이방인’처럼 특정한 외국인을 밀착 취재하는 교양다큐나 정보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오히려 MBC ‘헬로! 이방인’이 이에 가깝다. 다만 1박2일 버전을 차용해 11명의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한 이색 문화체험 프로그램임이 다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체험 액션에 토크가 곁들여질 수밖에 없다. 명절특집 장기자랑을 시키거나 그들의 삶을 다큐로 제작하는 방식과는 다른 것임에 분명하다. 이런 유형은 다문화 관점에서 볼 때, 한국 중심주의에 따른 통합적 관점을 여전히 중요시하는 콘셉트에서 맴돌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쯤에서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행태심리에 대해서 약간 정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심리는 바로 외국인이 참여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즉 ‘헬로! 이방인’이 ‘비정상회담’을 베꼈다고 한다면 ‘비정상회담’은 ‘미녀들의 수다’를 베낀 것이 된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외국인 예능캐릭터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외국인이 한국말을 잘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그들의 사고와 표현을 들어보는 자체가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물론 그것은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궁금증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이런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을 보면 ‘세계에서 그간 주목을 받지 않았던 한국’이라는 인식을 가진 시청자일수록 이런 외국인들의 한국말 구사를 보며 세계 속의 한국 위상을 실감할 듯싶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발언들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은 것은 그만큼 한국이 여전히 외풍에 아직도 휘둘리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렇기에 외국인들은 적절한 선을 넘어서면 곤란한지 모른다. 예컨대, 한국말을 너무 잘하는 것은 이질감을 준다. 어설픈 발음일수록 좋고, 그에 반대로 외모는 출중할수록 바람직하다. 멋지면서도 한국말을 적당히 못하는 외국인일수록 호감을 지닌다. 또한 한국인이나 한국의 사회문화에 대해서 매우 잘 알기보다는 잘 모를 때 관심과 호감이 증폭된다. 이때 많은 한국인들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친근감을 갖는다. 물론 그들의 출신은 대단한 나라일수록 좋다.



이는 왜 외국인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게 만든다. 여전히 외국인들을 예능에 한정시켜 보고 있는 점은 한국인들의 무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권위의 붕괴에 따른 우월 심리의 웃음 코드 때문이다. 대단할 것처럼 보였던 존재가 무너지면 보통 보는 이들은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웃음 유발이론 중에 우월이론이다. 멋진 사람이 바보 같은 의외의 행동을 할 때 웃음이 터지는 법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에게는 백인이거나 백인에 가까운 캐릭터일수록 아프리카보다는 미국이나 유럽출신의 외국인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어설프거나 망가지는 모습을 보일수록 관심을 더 기울인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일지라도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대표처럼 말을 해야 한다. 물론 그가 각 나라의 모든 것을 대표해 말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는 그렇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각 나라의 비교검토를 통해 해법을 찾는 콘셉트도 일정하게 경계해야 한다. 해외의 사례를 그들에게 직접 들어보면서 한국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방식은 매우 색다르고, 그 의미도 좋게 평가할 수 있다.



여전히 집단주의 문화를 해결하는 대안이 개인주의 문화가 아니듯이 선진국들의 해법이 다른 나라의 해법이 꼭 될 수는 없다. 한 사회와 나라의 문제는 그 내부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능프로에서 한국을 논하는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 안의 구성원에 대해 갖는 정체성 정도에 따라서 정말 한국인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해법들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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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기자 wowsports08@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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