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광화문 아닌 여의도가 시끄러워야

"불법 집단행동 끊이지 않는 사회…처벌 않고 묵인해 불법 조장한 탓
자기주장은 시위 아닌 대화로 하고 정치권의 갈등조정 능력 복원돼야"

김종석 < 홍익대 경영대학장·경제학 kim0032@nate.com >
각종 시민단체 이익단체의 집단시위와 점거농성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왜 이런 집단행동이 빈발할까. 그리고 왜 그 방식이 날로 불법적이고 과격해지는 것일까.

불법점거 폭력시위 같은 집단행동이 우발적이고 감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런 불법 집단행동이 이익집단뿐 아니라 사회 전반 각 분야에 만연하고 있다면 이런 현상을 우발적이거나 감정적인 것으로만 볼 수 없다.사람들은 한두 번 실수는 어쩌다 하지만 항상 반복해서 자기에게 손해날 짓은 하지 않는다. 그동안의 경험과 반복된 학습효과가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자기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라고 믿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어느 집단이나 자기들의 주장이 있고 이를 관철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그들에게 정당한 의사 표시의 기회와 절차가 막혀 있거나, 자기들의 주장이 대화와 토론으로는 관철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단행동의 발생을 억제하려면 먼저 의견 개진 기회가 개방되고 공정해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치러진 운동경기의 결과에 패자가 기꺼이 승복하듯이 충분한 의견 개진 기회를 주고 정당하게 의견이 수렴됐다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기꺼이 결과에 승복할 것이다.그러나 정당한 절차와 기회가 부여됐음에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거나, 난동을 부린다면 이를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직 또 다른 집단행동만을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요즈음 한국에서 집단행동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집단행동으로 문제 해결이 되기 때문이다. 정당한 절차에 의해 내려진 결정을 집단행동으로 뒤집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대화와 토론보다는 집단행동으로 위세를 과시하고 떼를 쓰고 윽박지르면 안 될 일도 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됐다.

과거에는 아예 집단행동 자체가 원천봉쇄된 때도 있었다. 그때는 집단행동 자체가 불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노동조합은 물론 교사나 의사들까지도 집단행동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오히려 합법적인 시위는 법으로 보호받고 보장받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합법적 집단행동보다 불법 집단행동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합법적 절차와 규정대로 집단행동을 하는 것보다 과격한 불법 집단행동이 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시끄럽고 과격할수록 효과는 더 빠르고 크다.불법시위나 점거 농성을 잘하는 일이라고 부추기고, 엄연한 실정법상의 불법행위를 여론과 정치적 고려 때문에 묵인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심지어 불법행위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면제를 내걸기까지 한다.

부정부패로 감옥에 간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이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근절되지 않듯이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처벌이 가벼우니까 반복되는 것이다. 공청회에서 난동을 부리면 요구사항이 관철되니까 다른 공청회에서도 난동이 계속된다.

결국 사람들이 모든 문제를 집단행동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또 그 집단행동도 정해진 절차보다는 과격행동과 불법으로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제도와 절차에 대해 신뢰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자기 주장을 대화와 토론으로 달성하려는 사람은 순진한 바보 취급을 받게 됐다.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는 어느 집단이나 자기 이익을 지키고 주장을 관철시키는 방법은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는 바로 그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이 마비되고 불신의 대상이 됐기 때문에 이제 어느 집단이나 자기 집단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길거리로 나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넘치는 갈등을 해소하는 정화조가 국회와 정당이다. 역설적으로 여의도가 시끄러워야 광화문이 조용해진다. 지금 광화문 네거리가 시끄러운 것은 여의도의 정화기능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정화조를 수리할 때가 됐다.

김종석 < 홍익대 경영대학장·경제학 kim0032@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