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통통통, 쾌쾌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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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7
어색한 술자리 깨는 건배사처럼CEO의 입장에서 소통은 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소통은 막히지 않고 잘 통함을 이른다. 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한 방향을 보고 나아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 간의 활발한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실상 기업이 맞닥뜨리는 문제의 대부분이 소통 단절에서 비롯된다.
지속적인 소통해야 올바른 경영
이순우 < 우리금융지주 회장 >
나는 술을 많이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직원들과 함께하는 자리만큼은 많이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말들을 허심탄회하게 듣고 싶어서다. 하지만 막상 함께 자리하고 나면 은행장인 내가 어려운지 분위기가 경직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딱딱한 술자리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기에는 건배사만한 게 없다.요즘 들어 내가 자주 하는 건배사는 바로 “통통통, 쾌쾌쾌!”이다. 통은 소통, 형통, 대통이다. 의사가 소통하면 만사가 형통하고, 운수가 대통한다는 뜻이다. 쾌는 유쾌, 상쾌, 통쾌다. 3통이 잘되면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하다는 뜻이다. 또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쾌식·쾌면·쾌변, 즉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라는 ‘웰빙’을 기원하기도 한다는 말을 건네면 좌중이 웃음바다가 된다. 그렇게 건배사를 하고 나면 함께 잔을 부딪친 사람들이 서로 웃으며 담소를 이어간다.
가끔씩 신입행원과의 저녁 자리를 마련해 은행 선후배 사이로 만나기도 한다. 나는 주로 은행생활의 노하우를 이야기해주고, 신입행원은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은행 모습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준다. 은행에 갓 들어온 신입행원들 이야기는 오랜 은행 생활에 이미 길들여진 나로서는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 있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조금이라도 더 직원들의 의견을 접하기 위해 행 내 포털사이트에 익명게시판을 만들어 직원들이 고충사항을 토로하고 건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그리고 게시판에 올라오는 사항들은 해당 부서에서 즉각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직원들도 이런 신속한 조치를 보자 과감히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또 댓글을 통해 직원들끼리 토론하는 등 점차 소통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어느 직원이나 자기가 속한 곳에서 많은 부분을 소통하고 교류할 때 비로소 원활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이는 곧 고객과 내부 구성원의 만족과 편의 증진으로 나타난다. 이런 소통이야말로 조직의 감동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순우 < 우리금융지주 회장 wooriceo@woorif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