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IT株 저가매수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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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변한 외국인외국인과 연기금의 입맛(매수 대상)이 바뀌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보기술(IT)주를 다시 사들인다. 외국인과 함께 수급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연기금은 IT·자동차 저가 매수에서 내수주로 선회하고 있다.
포스코·금융지주 매수 이어 삼성전자·LGD로 범위 넓혀
연기금은 '철·통·보·안'
철강·통신3사·보험·내수株 집중…연말 배당 노리고 미리 담아
◆외국인, ‘다시 보자 IT’외국인 투자자들은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84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전기전자업종의 순매수 금액은 542억원어치로 이보다 컸다. 월간 기준으로도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1조8243억원에서 이달 1806억원어치로 급감했지만, 전기전자업종 순매수 규모는 4150억원에서 5474억원어치로 오히려 늘었다.
삼성전자(2502억원) 외에 SK하이닉스(1003억원) LG디스플레이(896억원) LG전자(706억원) 삼성SDI(190억원) 등도 외국인 장바구니에 담겼다. 하반기 들어 주가가 덜 오른 업종으로 시야를 돌리기 시작한 외국인이 ‘사자’ 범위를 점차 넓히면서 IT주에 대한 매수세가 재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철강 은행 건설업종의 외국인 순매수 비중이 7월 이후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달 들어선 반도체·장비 디스플레이 외에 화학 미디어 등의 순매수 비중이 플러스로 급반전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날 외국인의 IT주 매수와 이틀 연속 이어진 기관의 ‘사자’세에 코스피지수는 모처럼 1% 가까이 상승했다.
◆배당은 기본, 실적은 ‘+알파’
올 상반기 IT와 자동차주 저가 매수에 집중했던 연기금은 내수 관련주로 매수 타깃을 돌렸다. 이달 연기금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에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 통신주와 삼성생명 호텔신라 한국전력 등이 이름을 올렸다.장희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늘어나는 종목의 비중이 2011년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한 IT주와 화학 건설 소매 음식료 통신 등의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들의 IT주 매수는 삼성전자 실적 우려로 그동안 낮춰놨던 포트폴리오 내 업종 비중을 원위치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큰손’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배당주 비중을 높이는데 주력했다”면서 “다만 지난달 이후 증시가 박스권에 재진입하면서 연기금은 배당(내수주) 집중도를 높이는 반면 외국인은 실적주로 추가 수익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제임스 한 UBS증권 연구원은 “빅4(삼성전자·현대차3사)를 제외한 여타 업종의 경우 작년 실적 부진에 따른 낮은 기저효과와 글로벌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 등을 배경으로 지난 3년간의 부진에서 탈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