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이라던 中 공략 10년…국내보험사 점유율 0.1%도 안돼

텃세·전략부재로 고전
삼성생명, 결국 지분율 낮춰
현대해상도 거액 소송 '진땀'

"현지 문화 맞는 상품 내놔야"
보험사들이 저금리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지만 10년째 영업 중인 중국시장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 중 시장점유율이 0.1%를 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을 정도다. 자금을 투입하면 결실이 나오는 제조업과 달리 보험산업은 서비스업인 만큼 현지 문화에 맞는 맞춤 영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또 현지 한국 기업에 기댄 연고 영업에 의지하기보다 우수한 상품 개발로 정면승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中시장 점유율 0.1% 밑돌아국내 보험사의 대표적인 해외 진출 사례는 삼성생명의 중국시장 공략이다. 2005년 중국항공과 절반씩 투자해 ‘중항삼성생명보험유한공사’를 출범한 지 10년째다. 하지만 중항삼성의 지난해 중국 생명보험시장 점유율은 0.03%(수입보험료 기준)에 불과하다. 중국 내 1위인 중국생명보험 점유율 32%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예상 밖 부진에 삼성생명은 경영권을 현지 기업에 넘겨주는 결정을 지난해 말 내렸다. 연내에 중국은행의 유상증자를 받아 삼성 측 지분율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10년째 해 봐도 여의치 않은 데 따른 전술적인 후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영업 중인 국내 보험사는 삼성생명을 포함해 5곳이다. 이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올린 곳은 삼성화재다. 2005년 단독법인 형태로 설립한 삼성재산보험이 손해보험시장의 0.09%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해상화재 LIG손해보험 한화생명의 점유율은 0.01~0.02%로 미미하다.◆상품 경쟁력 부족…기본 다져야

보험사들이 고전하는 것은 폐쇄적인 현지 금융시장 환경 때문이다. 악사 AIA 등 글로벌 보험사의 점유율도 1% 수준에 그칠 정도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점도 발목을 잡는다. 현대해상화재의 중국법인 현대재산보험유한공사는 지금 중국재보험사와 500억원 규모의 재보험금 지급소송을 벌이고 있다. 작년 SK하이닉스 중국 우시공장 화재에 따른 재보험금 계약이 정확하게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중국롄허손해보험이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패소하면 자본잠식이 우려돼 최근 411억원을 유상증자했다.

다행인 것은 최근 긍정적인 신호도 보인다는 점이다. 중항삼성은 새 대주주 중국은행을 통한 방카슈랑스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20억원가량이던 적자 규모가 올해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재산보험도 작년 9월 자동차보험 의무가입 상품판매 인가를 얻어 사업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 진출 5년째인 LIG손해보험은 기업보험 영업에 집중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에 진입 중이다. 한화생명의 중국합작사 중한생명보험은 진출 첫해인 지난해 8930만위안의 수입보험료를 올리며 저장성 13개 외국보험사 중 4위에 올랐다. 동부화재는 처음으로 지분투자방식에 성공, 대형보험사인 안청(安誠)보험과 합작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쟁력 있는 상품이 없는 등 내용 면에서도 미흡했다”며 “현지 문화를 연구하고 기본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