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가까운 미래에 이 지식 중 절반은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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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지식의 반감기
새뮤얼 아브스만 지음 / 이창희 옮김 / 책읽는수요일 / 340쪽 / 1만6000원
특정한 하나의 지식이 언제 반박될지 예측할 수 없지만 같은 분야의 수많은 지식을 모아 놓은 덩어리에서 이 중 절반이 낡은 것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학술서를 기준으로 물리학 13.07년, 경제학 9.38년, 수학 9.17년, 심리학 7.15년 등 각 학문의 반감기를 실제로 측정한 2008년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저자가 ‘반감기’라는 개념으로 방사성 동위원소처럼 각 지식의 유효기간을 정확히 측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복잡한 변화 속에서도 지식이 규칙적으로 변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는 과학을 수량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인 과학계량학을 비롯해 메타 인지과학, 미발견 공공지식론 등 최신 학문 성과들을 넘나들며 지식이 어떻게 탄생하고 확산되고 전이되고 소멸되는지를 탐사하고, 그 배후에 있는 법칙과 공식을 설명한다.
저자는 16세기 ‘과학 혁명’ 이후 지식의 ‘반감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지식의 시대에 올바르게 대처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식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후에도 낡은 지식에 매달리는 ‘지식의 관성’을 경계해야 한다. “그저 위키피디아를 한 번 검색하는 데 그치더라도 우리는 항상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세상을 탐색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급속한 지식의 변화에 혼란을 느끼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인간은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며, 지식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해할 능력이 있다”는 낙관론을 편다. 그는 “변화의 배후에 있는 규칙성을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며 “단순한 지식 습득보다 중요한 일은 변화하는 지식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