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풍의 역사' 쓴 최민석 "무겁지 않고 재밌게 근현대사 풀어냈죠"

“누구나 알고 있는 한국 역사지만 이를 무겁지 않게 제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최근 장편《풍의 역사》(민음사)를 내놓은 소설가 최민석 씨(37·사진)는 18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출간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0년 단편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2012년 ‘능력자’로 오늘의작가상을 받은 신진 작가다. 최씨는 “소설가에겐 역사와 개인사 모두 이야깃거리”라며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자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소설은 1930년대부터 시작해 20세기 한국 사회 전반을 아우른다. 작중 화자는 손자 이언으로 할아버지 이풍과, 아버지 이구의 삶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원래 성씨 대신 ‘허’를 넣으면 허풍, 허구, 허언이 된다. 이들의 이야기를 믿든 안 믿든 자유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에겐 마치 잘 짜여진 프로레슬링 같은 재미를 준다.

풍은 일제강점기에 전쟁터로 끌려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는 고향에 두고 온 애인 ‘밤’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한다. 그 모습을 본 미군은 폭탄(bomb)을 떨어뜨려서라도 전쟁을 끝내라는 외침으로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정말로 폭탄을 떨어뜨려 전쟁을 끝낸다. 사실 그는 밤의 사진이 붙은 철모를 줍기 위해서였다는 능청스러운 설명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후에도 풍과 구는 베트남전쟁, 독재정권, 심지어 대학가요제까지 온갖 장면에 등장한다. 본인들은 전혀 의도한 일이 아니었고 그저 그들의 삶을 살았을 뿐인데 공교롭게 역사의 흐름과 맞물린다. 역사적 장면 바로 옆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최씨는 “한 명의 독자로서 독서가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읽는 사람을 생각하며 쓰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소설 속 양념처럼 들어간 여러 패러디도 재미를 더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