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 "근성 있는 PD 연기, 매력만큼 어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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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개봉 '제보자' 주연 맡은 박해일박해일(37·사진)은 소년 같은 외모 속에 의외성을 숨겨둔 배우다. ‘괴물’에서 납치된 조카를 구출하기 위해 싸웠고, ‘최종병기 활’에서는 조선의 신궁 역을 맡아 여동생을 잡아가는 청나라 장군을 추적했다. 얼핏 섬약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누구보다 집요하게 사투를 벌이는 캐릭터를 새 영화 ‘제보자’(10월2일 개봉)에서도 선보인다. 의료 권력에 맞서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는 방송사 PD역이다. 2005년 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한 황우석 박사 사건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새롭게 창작했다. 18일 서울 동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한겨울에 4개월간 촬영
연기에만 몰입했더니 추운 줄도 몰랐죠
“언론인들이 흥미롭게 관람한 뒤 호평을 해주고 있는 게 큰 힘이 됩니다. 언론인들이 첫 관객이니까요. 시사회 이후 소개된 기사를 읽어 보니까 단순한 줄거리를 넘어 언론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 등 깊은 얘기를 하더군요. 관객도 그런 부분을 읽어낼 거라고 믿습니다.”줄기세포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 국민에게 던진 이장환 박사(이경영)의 논문이 거짓이라는 제보자(유연석)가 나서면서 시작된다. PD는 진실을 밝히려 애쓰지만 국민들은 원하지 않는다. 경영진도 취재 중단을 지시한다. 게다가 사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실과 거짓이 계속 뒤바뀐다. 영화는 ‘국익’과 ‘진실’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고는 주인공인 PD를 통해 진실을 택하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다.
“그동안 연예부 기자들과 인터뷰를 많이 하면서 언론인이라는 직업에 호기심이 컸어요. 때마침 임순례 감독이 이 작품을 하겠다길래 출연했죠. 현실적인 언론인의 모습을 알기 위해 방송사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과정을 직접 견학했어요. 방송사 분위기를 익히고, 취재차를 타고 현장 인터뷰도 지켜봤어요. 이런 과정이 연기에 큰 도움이 됐죠.”
그는 PD역이 거대한 진실과 위협에 직면해 딱 버티고 있는, 매력적이지만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PD는 자기확신이 강하고 포기할 줄 모르는, 근성 있는 캐릭터예요. 실제 제 자신은 질긴 편이 못되는 터라 영화에서나마 이런 캐릭터를 해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죠. 한겨울에 3~4개월간 촬영했는데, 연기에 몰입하다보니 추운 줄도 몰랐어요.”
하지만 연기하는 데 심적인 고민은 컸다고 했다. 아무런 증거 없이 이 사건을 과연 취재해야 할까 망설이는 장면, 박사와 국민의 여론몰이 앞에 굴복한 방송사가 취재 내용을 내보내지 않는 대목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고뇌했다는 것이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 진실을 캐내는 캐릭터이니까 감정적인 톤과 에너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지요.”박해일은 영화를 보면 10년 전 소재가 왜 지금 만들어질까에 대한 의문점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당시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이 세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줄기세포란 단어가 나오면 어려울 것 같지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빠른 템포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예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