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내 IT기업 역차별이 구글 모바일 독점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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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체들 "네이버·카카오만 불공정 시비로 규제"구글에 ‘꽃배달’이란 키워드로 광고를 낼 때 계약 상대방은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아일랜드다. 한국 기업이 광고를 하고, 한국 이용자가 광고를 보지만 국세청은 세금을 물릴 수가 없다.
안드로이드폰에 구글 앱만 탑재…한국 앱 차별
해외에 서버 둔 구글, 규제 피하고 세금도 안 내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에 실리는 광고 수익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장터인 ‘구글플레이’ 등을 통해 한국에서 구글이 벌어들이는 돈은 1조원이 넘지만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매출이 해외법인에 잡힌다. 구글코리아 매출은 10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국내에서 구글에 대한 과세를 현실화하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제 무풍지대에 있는 구글이 국내에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세금은 거의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구글의 독과점 횡포와 국내 기업 역차별을 호소하면서 정부와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18일 국회에서는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구글 독점, 국내 역차별’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구글의 독점과 세금 회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 법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 플랫폼 장악하는 구글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구글플레이에서만 1조194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점유율이 국내에서 89.2%를 점하고 있는 까닭이다.
‘T스토어’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이나 ‘N스토어’를 운영하는 네이버 등 국내 앱마켓 사업자들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휴대폰에 구글플레이 앱을 선(先)탑재하는 한편 경쟁마켓인 T스토어나 N스토어는 구글플레이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운영체제에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기본 탑재하면서 불공정 경쟁을 펼친 것과 같은 일이다.
구글플레이의 독점적 지위가 공고해지면서 피해를 보는 것은 국내 모바일 앱·게임 개발사들이다. 한 모바일 게임사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구글플레이에 게임을 등록하는 것이 필수”라며 “이 때문에 구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국내 기업 역차별 해소해야
학계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해소되지 않으면 모든 인터넷 서비스가 해외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으로의 인터넷 서비스는 플랫폼 경쟁”이라며 “이미 유럽 호주 일본 등은 다국적 IT기업에 대한 규제와 세제 개편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IT업체들은 정부가 해외 기업만 편애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해선 불공정행위를 엄격하게 제재하면서 구글의 자사 앱 선탑재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앱 장터에 적용되는 △3개월 이내 환불 △게임물 등급 분류 △위치정보사업자 신고증 제출 △유해매체 관리 등의 법·제도도 국내 사업자에만 적용되고 있다. 구글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다는 핑계로 한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고 있다. 이재환 SK플래닛 디지털콘텐츠 사업부장은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구글처럼 서버를 해외로 옮겨 규제를 피할까’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국내 IT업체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MS 창업자가 방한하면 대통령이 나서 만나주고, 구글이 스타트업지원센터를 열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직접 찾아가 격려하는 것에서도 정부의 태도가 잘 나타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세금 문제와 관련해선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구글과 같은 해외 사업자가 개발사를 대신해 부가가치세를 내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산세 또는 행정벌 부과와 같은 강제수단이 함께 마련되고, 서비스 공급장소와 사업장에 대한 정의도 새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