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평등이 성장 원동력이라는 디턴의 '위대한 일갈'

불평등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의 일갈은 경제현상의 심층을 꿰뚫는 높은 경제 지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위대한 탈출》의 저자 디턴 교수는 한경과의 인터뷰(9월18일자 A1, 8면)를 통해 “불평등은 성장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성장과 진보를 이끌어낸다”고 강조했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세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평등해졌지만, 동시에 인간의 삶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됐다는 얘기다.

세계는 분명 평평해지고 있다. 인류 전체의 소득격차가 줄고 수명이 늘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다. 중국 인도에선 지난 30년간 수억명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중산층으로 도약했다. 아프리카 최빈국조차 19세기 영국보다 영아사망률이 낮다. 불과 반세기 전 보릿고개를 겪던 한국의 변화상은 디턴 교수가 즐겨 인용하는 사례다. 불평등이 있었기에 사람들이 새로운 교육기회를 찾고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나서게끔 자극을 받은 결과다. 인류는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가난 기아 질병으로부터 대탈출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물론 불평등은 엄연히 존재한다. 절대적 빈곤(배고픔)을 벗어나도 상대적 빈곤(배아픔)이 남는다. 상대적 빈곤은 배의 흘수(항상 물에 잠기는 부분)와도 같아, 북유럽을 포함한 선진국에도 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불평등해진다는 피케티식 논리가 대중을 파고드는 이유다.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상위 1% 부자가 부유해질수록 나머지 99%는 가난해진다고 호도한다. 1%를 규제하고 징벌적 세금을 물려야 99%의 삶이 개선될 수 있는 것처럼 선동한다.

하지만 결코 이런 식으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불평등을 없애겠다는 20세기 공산주의 실험이 왜 참담하게 실패했겠는가. 국내에서도 지난 2~3년간 대형마트 규제, 중기적합업종 등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셌지만 골목상권과 중소기업이 좋아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부(富)의 총량이 불변이고 경제가 제로섬 게임이라는 오류에 기초해 설계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를 퇴보시키고 더 큰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지속적인 성장만이 불평등과 빈곤을 줄이는 해법임을 디턴 교수가 새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