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로 '생산자 유통 혁신' 이뤄야

Cover Story -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전문가 제언생산자-소비자 연결 창구 역할
산지 출하구조 변화 선도 필요
우리나라 소비지(消費地) 도매시장 중에서 국산 수산물의 거래 비중과 산지 직접 출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노량진수산시장이다.

수산물의 기본적 유통구조가 ‘생산자→위판장→소비지도매시장→소매시장’이라는 것은 교과서에서나 하는 얘기다. 현실에서 수산물은 제도권 시장이 아닌 민간 유통업자가 주도하는 ‘장외유통’으로 공급된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1차 식품 유통을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이나 상인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유통은 ‘권력’이기도 하다. 흔히 유통 권력이라 하는데 이에 따라 시장구조와 가격 결정의 주도권이 바뀐다. 지금의 유통구조는 장외유통 중심 구조이고 유통권력의 핵심 주체는 대형 소매자본이다. 중요한 것은 유통권력이 생산과 중간유통, 소매 간에 균형을 이루거나 최소한의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가 생산자단체에 유통시설을 지어주거나 자금을 지원해줄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사업은 국가의 생산자 단체 유통사업 지원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산지에 머물던 생산자단체의 유통권역을 소비지로 확장하고, 소비지에서 국산 수산물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노량진수산시장이 단지 ‘시장’의 기능만 수행하는 것은 현대화가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진행 중인 현대화사업의 추진 방향은 잘 설정됐다고 할 것이다.

최근 수산물 소비 동향은 전처리 및 고차 가공품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리고 2인 이하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낮은 가격의 제품을 중심으로 한 소량 소비 위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자칫 하면 수산물 소비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수입 가공수산물의 소비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가 앞으로 안고 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노량진수산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닌 수요와 생산의 연결 창구로서 산지 출하 구조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그리고 산지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전처리나 소포장, 배송 등의 가공·물류 서비스를 할 필요가 있다. 현대화 사업에 포함돼 있는 이런 시설들이 잘 운용된다면 국산 수산물의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015년 8월로 예정된 새로운 노량진수산시장은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최신 물류시스템을 도입해 신속한 거래와 처리가 가능해진다. 더 중요한 것은 노량진수산시장이 생산자 단체의 시장이라는 점과 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연결 고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설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준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명소로서, 국민들에게 좋은 수산물을 공급하는 시장으로서, 그리고 생산자들이 기댈 수 있는 생산자유통의 첨병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노량진수산시장은 그동안 외국 수산 관계자들의 필수 견학 코스처럼 여겨졌고 최근에는 외국 수산바이어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다.그리고 최근 종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이 나오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늘어나는 등 노량진수산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지금이 기회라는 마음으로 노량진시장이 새롭게 도약하길 기대해본다.

강종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