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제아, 다시 '켈틱 타이거'로…아일랜드 경제, 7.7% 성장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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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살아나고 수출 증가‘켈틱 호랑이(Celtic Tiger)’ 아일랜드가 다시 포효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 통계청은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5% 증가, 연율 기준으로 7.7% 성장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빈사 상태였던 건설 경기가 살아나고 수출과 투자가 동반 성장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2010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위기의 주범이었던 ‘PIIGS 5개국(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말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아일랜드가 다시 유럽의 핵심 성장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경제성장률 4.5% 예상
7년간의 '긴축실험' 성공
◆긴축 모범생…7년간 뼈 깎는 노력1980년대 서유럽 변방의 가난한 농업국이던 아일랜드는 2000년대 중반까지 고성장을 거듭하며 ‘켈틱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9%에 달했다. 적극적인 개방 정책과 법인세 인하로 다국적 기업을 대거 유치한 덕이었다. 하지만 외국 자본에만 의존한 경제와 금융시스템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취약했다. 2010년부터 부동산 자산 거품이 꺼지고 금융권 위기가 찾아오면서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침체에 빠졌다. 결국 ‘구제금융 트로이카’인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675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가 됐다.
아일랜드 정부는 과감한 ‘긴축’의 길을 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가가 취한 케인스식 재정확대와 경기부양책에 반대되는 것이었다. 과거 성장모델을 개선하기 위해 △재정건전성 회복 △은행 정상화 △수출 경쟁력 회복 등의 개혁을 단행했다.아일랜드는 구제금융 조건에 따라 전체 GDP의 20%에 달하는 280억유로의 재정을 긴축했다.아일랜드의 긴축 실험은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유로존 회원국 중 처음으로 구제금융을 공식 졸업했다.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2분기 성장률 발표 후 “견고하고 안정적인 회복세가 아일랜드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이 기존 예상치(3%)보다 높은 4.5%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 호조·수출 증가 덕
FT는 아일랜드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부동산시장이 올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올 2분기(4~6월) 건설 경기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1% 확장했다.수출도 호재였다. 아일랜드의 2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구글(170억유로), 마이크로소프트(150억유로), 존슨앤드존슨(105억유로), 화이자(50억유로) 등이 5대 수출 효자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인세 인하 등 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을 끌어안은 아일랜드 정부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외국계 기업이 지난해 아일랜드에서 창출한 일자리 수는 1만2700개로 최근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12년 초 15%까지 치솟았던 아일랜드 실업률은 지난달 11.2%로 떨어졌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올 들어 아일랜드의 국가 신용등급을 일제히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법인세 낮춰 외국 기업 대거 유치
글로벌 기업은 아일랜드가 재정위기를 겪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아일랜드행을 택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12.5%로 EU 28개국 중 가장 낮다. 영어 구사가 가능한 데다 노동력이 싸다는 강점도 있다. 아일랜드의 단위노동비용은 2008년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금융시장의 투자자들도 돌아오고 있다. 2011년 중반 연 15%를 넘었던 아일랜드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달 들어 연 2%대에서 움직이고 있다.아일랜드 재무부는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내년 유로존 목표치(3%)에 가까운 4.8%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제는 남아 있다. 과도한 긴축과 높은 세금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큰 데다 금융권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 의존도도 여전히 높다. BBC방송은 “구제금융 신청 후 3년간 20만명이 이민을 떠났다”며 “정부가 실업률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사실상 이민을 부추겼고, 유럽의 상징인 복지모델이 무너졌기 때문에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