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에서 열린 '백건우의 특별한 연주회'

반기문 총장을 위한 공연…각국 대사·유엔 직원 등 200여명 참석

2011년 반 총장 연임 축하 기획
일정 안맞아 뒤늦게 '소박한' 공연
백씨 "반 총장 자랑스럽고 기뻤다"
18일(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특별 연주회를 연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연주회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씨, 반 총장의 부인 윤순택 여사, 백씨의 부인 배우 윤정희 씨, 반 총장. 이심기 특파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을 위한 특별 공연을 열었다.

백씨는 이날 저녁 맨해튼 유엔본부 내 소강당인 ‘다그 하마휄드’에서 1시간 동안 피아노곡 5곡을 청중에게 선사했다. 반 사무총장의 초청을 받은 각국 유엔대표부 대사 부부와 유엔 직원, 문화계 인사 등 200여명이 좌석을 채웠으며 백씨의 부인인 영화배우 윤정희 씨도 자리를 함께했다.백씨는 이날 베토벤 판타지아 G단조 Op77과 베토벤 소나타 30번으로 무대를 열었다. 이어 포레의 즉흥곡 C#단조 Op84, 라벨의 ‘샤브리에 풍으로’, 리스트의 ‘파우스트 왈츠’를 연주했다.

이날 공연은 백씨가 세계 평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반 총장을 위해 유엔본부에서 연주회를 열고 싶다는 뜻을 전달해 이뤄졌다. 당초 2011년 반 총장의 연임을 축하하는 자리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했으나 두 사람의 일정이 맞지 않아 계속 미뤄오다가 이날 성사된 것이다.

이날 연주회는 백씨의 명성에 비해 소박한 자리였다. 공연장 규모도 150석 정도의 소규모였고, 음악회 전용공간도 아닌 일반 소강당에서 이뤄졌다. 별도의 연주자 대기공간이 없어 백씨는 강당 출입문으로 직접 걸어 내려와 관객에게 인사했다. 피아노는 전날 급히 임대해 설치했다. 별도 음향시설도 없는 말 그대로 ‘라이브’ 공연이었다. 하지만 백씨의 열정적인 연주는 이날 참석한 각국 외교관들을 압도하며 뜨거운 기립박수를 자아냈다.백씨는 연주회가 끝난 뒤 반 총장이 연 리셉션에서 “반 총장이 한국인으로서 세계평화를 위해 힘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매우 자랑스럽고 기뻤다”며 “그 뜻을 전하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백씨는 “공연장 시설과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오늘 공연의 의미를 잘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백씨는 이번 연주회만을 위해 뉴욕을 2박3일 일정으로 방문했으며 연주곡도 직접 골랐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반 총장은 “백씨는 어렸을 적부터 세계 음악회의 대상을 휩쓴 연주자로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던 한국인의 우상”이라며 “유엔본부에서 자리를 만들게 돼 오히려 영광”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자리는 백씨와 뉴욕 줄리아드 음대를 같이 다닌 김태자 전 세종 솔로이스츠 이사장이 주선해 이뤄졌다. 김씨는 고(故) 김정렬 전 총리의 딸로 반 총장이 총리 의전비서관을 지낼 당시 알게 됐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