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탄소배출량 '美+EU' 처음 앞질렀다

125개국 정상 기후변화회의

"지구온도 30년내 2도 올라
임계점 넘어설 것…기후변화 대응 서둘러야"

록펠러家, 화석연료 투자 철회
< 거리 행진 참가한 반기문 총장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부터),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동물학자 제인 구달 등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기후변화대응촉구 거리 행진에서 서로 팔짱을 낀 채 걷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우리에게 ‘지구를 대신할 두 번째 행성’(Planet B)이 없기 때문에 ‘두 번째 계획’(Plan B)도 있을 수 없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거리 행진에 참여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125개국 정상이 모이는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를 이틀 앞두고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마련됐다. 유엔 사무총장이 대중 집회에 참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반 총장은 ‘나는 기후 변화 대응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세이골 루아얄 프랑스 환경장관 등과 함께 맨해튼 중심가를 행진했다. 정치인과 유명인사 외에도 일반인 31만명이 동참했다. 같은 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인도 뉴델리 등 세계 160개국 2700개 지역에서도 일제히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대규모 거리 행진이 이어졌다.

○지구 온도 30년 내 임계점 도달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사상 최대(361억)를 기록하면서 과학자들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과학저널 네이처 등에 수록된 세 편의 논문에 따르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 추세대로 증가할 경우 30년 내 지구 평균 온도가 임계점을 넘을 전망이다.

노르웨이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CICERO)는 화석 연료와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작년에만 배출량이 전년 대비 27.7% 증가했고, 미국(14.4%) 유럽연합(EU·9.6%) 인도(6.6%)도 증가했다. 올 들어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104억t)은 처음으로 미국(52억t)과 EU(34억t)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처음으로 중국(7.2)이 EU(6.7)를 뛰어넘었다.이 같은 추세라면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 한계인 산업혁명기(1870년 기준) 대비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환경전문가들이 책정한 3조t(1870년 이후 누적기준)의 배출량을 30년 내 모두 소진하게 된다. 지금까지 누적 배출량은 2조150억을 넘어섰다.

○美 록펠러 가문, 화석연료 자산 매각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커지고 국제기구 대응이 빨라지면서 화석연료를 주요 사업으로 삼아온 기업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미국의 ‘석유왕’ 록펠러재단은 모기업 스탠더드오일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최근 대학 기금을 중심으로 180여개 기관들이 화석 연료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키로 한 움직임에 동참한 것이다.

올 들어 스탠퍼드대, 예일대 등과 일부 연금펀드 등은 화석 연료 관련 투자를 포트폴리오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록펠러재단의 이번 결정은 23일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 맞춰 발표될 예정이다. 스테판 하인츠 록펠러재단 대표는 “재단은 이미 타르 등에 대한 투자를 줄여왔다”며 “앞으로 대체에너지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08년부터 세계 1위 탄소배출국이 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3, 4위 배출국인 인도와 러시아 정상이 참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보라/김순신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