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자영업 탈출구를 찾아라] "신촌 건물주-임차인 共生…5년간 임대료 묶기로 했죠"
입력
수정
지면A5
김봉수 신촌번영회협동조합 부회장“젊은 상인들이 임차료 부담 없이 사업할 수 있어야 신촌 상권이 계속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임대료 5년 장기계약 바람이 더욱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김봉수 신촌번영회협동조합 부회장(45·사진)은 올초 ‘신촌 상권 임대료 안정화 협약’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서울에서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으로 꼽히는 신촌에서 10년 동안 호프집을 운영해온 자영업자다. 김 부회장을 지난 19일 서울 창천동 창서초등학교 인근 그의 호프집 ‘달팽이’에서 만났다.“신촌 상인들이 힘들었던 것은 비싼 임차료 때문이었습니다. 젊은 사장들이 아무리 좋은 아이템으로 창업해도 1~2년 만에 임차료가 오르면 버티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아야 했죠. 이런 현실을 개선해야 젊은 상인들이 새로운 아이템으로 상권을 부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촌의 건물주 9명과 임차상인들은 지난 2월 서대문구청에서 ‘신촌 상권 임대료 안정화 협약’을 맺기에 이르렀다. 건물주는 임대료와 보증금 인상을 유보하고 임차인은 바가지 상술, 호객행위 등 상권 활성화에 저해되는 영업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1~2년마다 재계약할 때 임대료를 올리는 관행을 깨겠다는 결정이었다. 실제로 한 건물주는 계약기간을 5년으로 늘렸고, 또 다른 건물주는 3년이 지나도록 임대료를 한 푼도 올리지 않았다.
협약은 신촌 상권의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2000년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신촌 상권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주요 상가를 차지하면서 ‘젊음의 거리’라는 특색을 잃어버렸다. 임차료가 크게 뛰자 젊은 상인들은 신촌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주된 소비층인 젊은이들도 홍익대 상권으로 발길을 돌렸다.한식당 ‘초당’의 운영주 김성구 씨(52)도 이번 협약식에 서명한 건물주 중 1명이다. 그는 신촌에 3층 빌딩 하나와 상가를 소유한 건물주이면서 동시에 상가를 임차해 사업하고 있는 세입자다. 그는 “임차인 생활 25년 동안 건물주의 횡포를 겪어봐 세입자의 서러움을 잘 안다”며 “세입자 4명 가운데 만기가 돌아온 3명과 5년 장기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임차료 부담을 던 세입자들은 가게에 투자를 늘렸다고 한다.
김 부회장은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건물주가 협약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촌뿐만 아니라 홍대 등으로 이를 확산시킨다면 의미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촌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편하게 즐길 수 있다면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장기 구상도 밝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