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침체…빚 쌓이는 점포

침몰하는 자영업 탈출구를 찾아라

운영·임대료…가계대출 증가율의 두배
신용 악화로 상호금융 부채만 10조원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 해 동안 18조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빚을 내 빚을 갚거나 사업체 적자를 메우는 이들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특히 신용등급 하락으로 은행보다 이자가 비싼 농·수·신협 등 상호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가 크게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은행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상환을 미룬 금액만 1년여 동안 1조원이 넘는다.25일 금융당국 및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국내 금융회사에서 빌린 전체 대출 규모는 6월 말 기준 224조2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6월 말(206조2000억원)보다 8.7%(18조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4%)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훨씬 가파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수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2012년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금융사들이 주로 자영업자 대출을 늘려온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은행보다 이자가 연 1~5%포인트가량 비싼 상호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이들도 급증했다. 6월 말 기준 상호금융사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조7000억원으로 작년 이맘때보다 27.1%(2조3000억원)나 늘었다.

반면 같은 시기 저축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5조3000억원으로 13.1%(8000억원) 줄었다. 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들의 증감폭은 크지 않았다.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자영업자들이 상호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자영업자 소폭 줄었는데도 영업 수익 떨어진 탓"

일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등을 거치며 영업력이 크게 위축됨에 따라 자영업자들이 상호금융사로 대출을 갈아탄 이유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6월 말 기준(572만6000명)으로 자영업자 숫자가 1년 전에 비해 7000명가량 감소한 가운데 나타난 것이기도 하다. 창업이 줄었는데도 빚이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수익창출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은행에서 빚을 낸 자영업자들 중에선 부동산·임대업 용도로 대출을 받은 이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 대출 중 부동산·임대업 부문은 6월 말 기준 61조6000억원으로 작년 6월 말(53조1000억원)보다 16.1%(8조5000억원) 늘었다.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 부문의 대출 증가율은 각각 5.8%, 6.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자영업자들에게 은행 문턱은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중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등급(1~4등급)이 차지하는 대출 비중은 6월 말 38.8%(77조원)로 지난해 6월 말(37%·67조3000억원)에 비해 커졌다.

반면 비우량등급(5~10등급)에 대한 자영업자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30.2%(55조원)에서 28.6%(56조7000억원)로 낮아졌다. 은행들이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 대출 비중을 축소하고 부실 가능성이 낮은 우량등급 위주로 대출을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금융권 전체 대출(약 1640조원)의 14%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금융권에선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자영업자 소득 감소→대출 증가→상환능력 악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