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펀드 수익률, 삼성전자가 갈랐다

삼성전자 편입 안한 펀드
10% 넘게 담은 펀드보다 3개월 수익률 최대 14%P 높아
"가치주 아니다" 편입비율 하향…일부선 PER 낮다며 추가 매수
삼성전자를 ‘가치주’로 봤는지 아닌지에 따라 가치주펀드들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이 최대 1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삼성전자를 가치주로 평가한 펀드들이 주로 쓴맛을 보고 있다. 화들짝 놀란 대다수 가치주펀드 매니저는 삼성전자 편입 비율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매니저들은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의 삼성전자는 여전히 가치주라고 주장한다.
○삼성전자 비중에 수익률 희비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설정액 100억원 이상 가치주펀드들의 수익률(이하 최근 3개월 기준) 격차는 최대 13.78%포인트다. 삼성전자 편입 비율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전자를 한 주도 담지 않은 ‘메리츠코리아1A’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3.96%다. ‘트러스톤밸류웨이A’,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1C1’ 등 가치주펀드 평균 수익률(5.05%)보다 높은 7~8%대 수익률을 올린 펀드들도 삼성전자 편입 비율이 제로(0)%다.

반면 ‘프랭클린베스트초이스C’, ‘신영마라톤A1’, ‘베어링가치형A1’, ‘신한BNPP탑스밸류1A’ 등 수익률이 0~1%대인 펀드는 삼성전자 편입 비율이 10% 이상이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6월26일 132만5000원에서 지난 25일 115만6000원으로 12.75% 하락한 탓에 펀드 수익률도 덩달아 악화됐다.○“성장성 떨어져 가치주 아니다”

삼성전자 때문에 쓴맛을 본 일부 가치주펀드 매니저들은 부랴부랴 삼성전자 편입 비율을 낮추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을 3조원대로 전망한 증권사까지 나왔고 스마트폰 사업이 정체됐기 때문에 더 이상 가치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두 달 새 삼성전자 편입 비율을 3%포인트 낮춘 한 가치주펀드 매니저는 “스마트폰 사업 이익 축소는 물론 반도체 사업도 현 상황을 유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가 떨어지진 않겠지만 반등하기도 쉽지 않다고 판단해 편입 비율을 최근 두 달 새 4%포인트 가까이 줄인 가치주펀드 매니저도 있다. 이 펀드 매니저는 “삼성전자가 리더십의 부재로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방향성을 못 잡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주가는 상당 기간 110만~120만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돼 편입 비율을 낮췄다”고 설명했다.○“PER 11배면 충분한 가치주”

반면 소수지만 삼성전자를 아직 가치주로 볼 수 있어 장기투자 관점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대형 가치주펀드 매니저는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삼성전자의 PER은 11배인데 한국 상장사의 평균 PER은 15배”라며 “연 20조원 정도의 이익을 내고 시장 평균보다 낮은 10~11배의 PER을 적용받는 회사는 가치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펀드 매니저는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하락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더 샀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편입 비율이 10% 이상인 또 다른 대형 가치주펀드 매니저는 “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긴 하지만 4조원 정도는 지킬 것으로 본다”며 “PBR이 1배일 정도로 주가가 싸졌기 때문에 팔지 않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