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IT차이나…추월 당한 IT코리아] 시작은 '짝퉁'…지금은 위협자

창간 50주년 기획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

실리콘밸리 매출 증가율 추월
바이두 등 69개社 해외 상장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산실인 중관춘(中關村). 이곳은 1980년 당시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상임연구원이었던 천춘셴 박사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견학을 다녀온 뒤 ‘응용기술 서비스 중심’이란 이름의 벤처기업을 세운 것이 출발점이다. 기업 컨설팅을 주 사업으로 하는 이 회사는 설립 1년 만에 연 3000위안의 순이익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만 해도 경영진이 맘대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금지돼 있었다. 이 사건은 중국 인민일보를 통해 폭로돼 공산당 중앙 지도부에까지 알려졌지만 예기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공산당 지도부가 천 박사의 벤처기업에 대해 “중국 내에 널리 전파해야 할 모범 사례”라고 극찬한 것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중관춘에는 IT 관련 벤처기업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1988년 중관춘을 최초의 국가첨단산업개발구로 지정했다.

중관춘에서 창업해 전 세계 주요 증시에 상장한 기업 수는 230개(2013년 말 기준). 이들의 시가총액은 2조523억위안(약 349조원)에 달한다. 이 중 69개사는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등 해외 증시에 상장돼 있다. 중관춘 입주 기업들의 총매출은 2조5025억위안(2012년 기준·약 425조원)에 달했다. 중관춘관리위원회는 중관춘 입주 기업들의 매출이 2020년이면 10조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첨단 기술분야의 창업도 활발하다. 기술·자금·인재 등 창업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모여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간지 포브스가 지난 3월 발표한 ‘주목할 만한 중국의 서른살 이하 창업가 30명’에서 중관춘 출신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26.3세에 불과했다.중관춘 관리위원회가 매년 발간하는 ‘중관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중관춘 내 상위 100대 기업들의 매출은 1조2484위안(2012년 기준)으로 실리콘밸리 상위 150개 기업(4조2554억위안)의 30%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로 따지면 중관춘(11.2%)이 실리콘밸리(9.1%)를 앞섰다. 순이익은 실리콘밸리 상위 150개 기업이 전년 대비 12.4% 감소한 데 반해 중관춘 상위 100개 기업은 14.0% 늘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