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지스틱스 사들인 오릭스PE코리아 이종철 대표 "KT렌탈 인수해 렌터카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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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시장 '다크호스' 급부상“단순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한국 시장에서 전략적 사업을 키우기 위한 기업 인수에 우선순위를 둘 계획입니다. KT렌탈과 현대증권이 다음 인수 목표입니다.”
오릭스와 시너지 내는 기업 물색
29일 현대그룹으로부터 국내 2위 물류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을 6500억원에 인수한 이종철 오릭스PE코리아 대표(사진)는 향후 투자전략을 이같이 밝혔다. 일본 오릭스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오릭스는 지난해 STX에너지 지분 72%를 약 6000억원에 매각해 1년 만에 62%의 수익률을 거둔 데 이어 현대로지스틱스도 인수,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오릭스그룹은 1964년 일본에서 리스업을 모태로 성장한 금융회사다. 은행, 보험, 부동산 임대, 자동차 리스,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다.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9조694억엔(약 86조9238억원)이며 작년 순이익 1867억엔(약 1조7903억원)을 거뒀다.
자동차렌털 계열사인 오릭스오토는 일본에서 자동차 리스(108만대)와 렌터카(5만5000대)업계 시장 점유율이 각각 1위와 2위다. 차량 보유대수가 국내 1위 업체인 KT렌탈(10만대)의 열 배가 넘는다. 한국 렌터카 시장 진출을 위해 KT렌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증권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아시아 지역 내 증권업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다. 오릭스는 지난해에도 네덜란드 최대 상업은행 라보뱅크 계열 자산운용사인 로베코를 약 3조원에 인수했다.그는 오릭스를 비롯 SBI, J트러스트 등 일본계 금융회사가 한국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는 현상에 대해 “초저금리를 중요한 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나 엔화가치 약세 현상과 직접적 관련은 없다”면서도 “아베노믹스로 기업들이 자신감을 확보한 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오릭스가 현대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현대로지스틱스를 사들인 데 이어 현대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은 당초 현대그룹이 발표한 자구안에 없던 것으로 우리도 처음엔 매각 의지를 의심했다”며 “그룹 순환출자를 끊고 현대엘리베이터 파생상품 손실을 메우기 위해 실무진이 치열하게 고민한 안을 대주주들이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말했다.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전의 경쟁사였던 롯데그룹을 인수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끌어들인 것도 업계에선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릭스는 현대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70% 중 절반(35%)을 롯데그룹에 넘겼다. 나머지 지분 30%는 현대그룹이 들고 있다. 경영권은 오릭스가 행사하지만 이사회는 오릭스 4명, 현대와 롯데 각각 2명으로 구성했다. 그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국내 물류와 현대상선의 해외 물류, 오릭스의 물류 임대 및 금융 노하우를 적절히 활용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좌동욱/하수정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