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13년 만에 만난 체로키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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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B4
올 뉴 체로키
곡선 외모 탈바꿈…소음까지 잡았다
그랜드 체로키
男心 흔드는 파워…연비까지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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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태도 크게 바뀌었다. 볼륨감을 살리면서 예전의 거친 인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아 스포티지R을 닮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거친 비포장도로보다 아스팔트길 위주로 다녀야 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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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건 외모뿐 아니다. 지프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소음은 오간 데 없다. 시승한 체로키 리미티드 2.0 4WD 모델은 ‘미국차가 정말 조용해졌구나’라는 사실을 몸소 느끼게 해준다. 2009년 이탈리아 피아트가 미국 크라이슬러와 결합한 덕이다. 올 뉴 체로키는 피아트그룹 산하 알파로메오와 크라이슬러의 지프가 합쳐 사실상 처음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170마력과 35.7㎏·m의 힘을 내는 피아트의 터보 에코디젤 엔진이 장착됐으며 독일 ZF의 9단 자동변속기도 지프 차량 중 처음으로 도입됐다.
미국과 유럽이 합쳐졌다는 것은 주행 중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유럽 스타일의 변속 충격을 즐기면서 미국차 특유의 편안함을 경험하게 된다. 오토, 스노, 스포츠, 샌드·머드 등으로 나뉜 운전 모드는 오프로드에서 강점을 보여준다.안전성을 강화한 것도 눈에 띈다. 차선이탈 방지 기능과 전방추돌 경고 시스템 등 70여개의 안전 장치가 장착됐고 운전자 무릎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등 7개의 에어백이 달렸다. 5000만원대 가격으로 7000만원대인 그랜드 체로키의 성능을 구현하려 애쓴 흔적들이다.
체로키는 인테리어에서도 베스트 셀링카인 그랜드 체로키의 모습을 닮기 위해 노력했다. 작년 말 부분 변경한 4세대 그랜드 체로키처럼 차분한 색채를 띤다. 지프 고유의 사다리꼴 형태를 곳곳에 적용함은 물론 스티어링 휠과 8.4인치 터치스크린도 그랜드 체로키와 같다.
태생도 비슷하다. 올 뉴 체로키가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첫 작품이라면 그랜드 체로키는 1987년 크라이슬러가 지프 브랜드를 인수한 뒤 처음 생산한 모델이다.그랜드 체로키는 최초라는 기록을 보유한 맏형답게 강한 기백을 보여준다. 최고 출력 241마력, 최대 토크 56㎏·m로 치고 나가는 힘과 끄는 힘에서 체로키를 압도한다. 덩치도 있다. 체로키보다 차량 길이가 200㎜ 더 길고 무게는 500㎏ 이상 더 나간다.
육중한 풍채치고는 연비도 양호한 편이다. 시승 차량인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 3.0’으로 시내와 교외를 번갈아 100㎞가량을 달렸더니 실제 연비는 L당 12.5㎞가 나왔다. 공인연비(11.7㎞/L)보다 더 나은 결과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