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를 통해 기업이여 깨어나라] 상장으로 가는 '제3의 길'…코넥스·기술평가특례·스팩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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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넥스, 코스닥 예비주자 '62社 대기'“상장은 규모 있는 기업들만 생각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였죠. 하지만 지난해 코넥스시장이 열리면서 우리 같은 작은 벤처기업도 상장을 꿈꿀 수 있게 됐습니다. 코넥스를 징검다리 삼아 코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할 겁니다.”
기술성평가 특례, '기술 A등급' 적자 내도 상장
스팩, 빠른 상장·자본조달로 인기
‘IPO엑스포 2014’에 참가한 김성환 메디게이트 대표의 노트는 상장절차와 노하우 등에 대한 강의 메모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체성분 분석기를 만드는 메디게이트는 2009년 ‘수출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매출이 20억원에 불과한 탓에 은행 대출 문턱을 못 넘고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 50개국에 수출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은 만큼 증시 상장을 통해 공장 증설 자금만 수혈받으면 회사를 크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IPO 3대 도우미’로 불리는 코넥스시장, 기술성평가특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각광받고 있다. 당장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해도 이 제도들을 활용하면 증시에 입성할 수 있어서다.
‘100개 코넥스 기업’, 코스닥 넘본다
올 들어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하기 위해 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모두 6개다.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심사를 청구한 기업 52개 중 12% 수준이다. 아진엑스텍은 이미 코스닥 상장을 마쳤고, 메디아나와 테라셈은 심사를 통과했다. 코넥스가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지난해 7월 설립 당시 21개였던 코넥스 상장사는 62개로 늘어났다. 한국거래소는 연말까지 코넥스시장 상장사를 10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양태영 한국거래소 코넥스시장부장은 “코스닥 상장 기준이 매출 50억~100억원, 순이익 10억~20억원 이상인 데 비해 코넥스시장은 매출 10억원, 순이익 3억원 이상이면 상장할 수 있다”며 “코넥스가 코스닥 상장의 지름길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코넥스를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성평가 특례를 이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기술성평가 특례란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벤처기업에 한해 적자를 내거나 자본잠식 상태여도 상장을 허용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2012년에 이 제도를 이용해 상장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지만, 올 들어 3개 기업이 기술성평가 특례로 상장심사를 청구한 데 이어 3~4개 기업이 추가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첨단교육시스템 업체인 컴버스의 이돈원 대표는 “오늘 행사를 통해 기술성평가 특례 제도를 처음 알게 됐다”며 “회사의 첨단기술을 앞세워 상장하게 되면 해외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올 들어 상장사 3분의 1이 스팩
스팩 열풍도 거세다. 스팩은 공모로 투자자 자금을 모아 기업을 합병한 뒤 이를 우회상장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올 들어 상장한 스팩은 6개로 전체 상장사 20개의 3분의 1에 가깝다. 연말까지 상장 대기 중인 스팩도 10개에 달한다.합병 성과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장한 스팩 가운데 KB제2호스팩은 지난 5월 정보기술(IT) 보안업체 케이사인과, 미래에셋제2호스팩은 지난 8월 콜마비앤에이치와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두 스팩 모두 상장 두 달 만에 낸 성과였다.
스팩 전문투자업체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스팩과 합병하면 기존에 비해 상장기간이 1년6개월가량 줄어든다”며 “합병에 실패해도 일반 스팩 투자자들은 투자원금에 이자까지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열기가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도원/허란/서기열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