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발생률 男 11%·女 22% 증가…질병보험료 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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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연금보험료 오른다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위험률이 3년 만에 조정되면서 질병보험과 연금보험 등의 보험료 인상이 잇따를 전망이다. 조정된 위험률을 보면 진단기술이 발전하면서 암 등의 질병 발생률이 급증한 점이 뚜렷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위험률 조정으로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겼지만 최대한 자제할 수 있도록 대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금 가입 45세 남자, 65세 이전 사망률 16% ↓
보험사 연금 지급 부담 커…정부 "인상 최대한 억제"
○위험률 급등 … 보험료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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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2000년 보험 가격이 자율화되자 금융 당국은 업계 평균 경험생명표를 만들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표준위험률 제시목적이다. 사망률 질병발생률 수술률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되는 이 위험률은 보험료 산출에 참조가 돼 ‘참조순보험요율’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산출은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보험전문기관인 보험개발원이 담당한다. 갱신주기는 3년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이 최근 참조순보험요율을 확정했다”며 “신고절차를 거쳐 확정된 뒤 내년 1월이나 4월부터 새 위험률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정된 요율에 따르면 3년 전보다 암 등 질병 발생률이 크게 높아졌다. 보험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암 발생률이 남자의 경우 11%, 여자는 22% 높아졌다. 상피내암(깊이 뿌리내리지 않고 전이 정도가 약한 암)의 경우 남자 36%, 여자 12%의 증가율을 보였다. 악성과 양성 종양의 중간쯤에 있는 ‘경계성 종양’은 남자 76%, 여자 57%로 발생률이 급증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회사마다 실제 위험률이 다르지만 업계 평균적으로는 참조순보험요율이 보험료에 상당 부분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연금보험가입자의 사망률도 낮아지는 추세다. 연금에 가입한 45세 남자가 65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16% 줄었다. 매달 연금을 지급하는 보험사로선 지급해주는 돈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 역시 보험료 인상 요인이다.○표준이율 하락으로 ‘설상가상’
이처럼 위험률이 조정되면서 10~20%의 보험료 인상요인이 생긴 데다 최근 표준이율 산정 방식이 변경된 점도 악재다. 표준이율은 보험사의 재무구조가 불량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정한 보험상품의 이율이다. 표준이율이 낮아지면 보험사들은 책임준비금을 더 쌓아야 하고 이는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표준이율은 지난해까지 3.5%가 하한선이었지만 최근 보험업법이 개정돼 3.25%로 낮아질 예정이다.한 보험계리사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지난해에 낮아져야 할 표준이율이 뒤늦게 하향된 것”이라며 “저금리에 시달리고 있는 보험사들이 표준이율 하락을 보험료 인상으로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표준이율 0.25%포인트 하락은 7.1%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사망률이 남녀 모두 10% 가량 낮아져 사망·종신보험의 보험료는 하락요인이 발생했다. 하지만 실제하락률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