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화콘텐츠 쇼케이스] "합작법인 세워 수익 나누면 실패확률 적어"

中 드라마·게임 시장 공략법
한류 콘텐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2014 아시아 전략시장 진출 투자 쇼케이스’가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막을 내렸다. 중국, 일본, 인도 투자자와 한국 콘텐츠 사업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 헐값에 팔리고, 중국 업체가 그것으로 큰돈을 버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그것은 한·중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보다 현명하게 사업을 해야 콘텐츠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아시아 전략시장 진출 투자 쇼케이스’에서 한국 드라마·게임 업체와 투자 상담을 진행한 중국 레전드캐피털의 박준성 파트너(전무급)는 한국 업체들에 이렇게 충고했다.박 전무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뒤 일본을 거쳐 2003년 중국으로 건너가 2005년부터 레전드캐피털에 합류한 한국인. 레전드캐피털은 세계 최대 PC 메이커인 레노버의 관계사로 3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 내 200여개 기업과 자본 관계에 있어 협업 기회가 많은 게 강점이다.

박 전무는 “한국 드라마 제작사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중국에 합작회사를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곳에서 드라마를 만들어 방송사와 인터넷 포털 등에 판매해 수익을 나눈다는 구상이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에서 방영하는 해외 드라마를 30% 이내로 묶기로 한 만큼 자국산으로 인정받아 활로를 뚫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박 전무는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에도 지분 투자를 할 계획이다. 이미 한국산 게임 ‘쿠키런’을 중국에서 유통하고 있는 그는 국내 게임업체에 지분을 투자한 뒤 그 회사가 만든 게임을 중국 현지업체와 제휴해 유통할 계획이다.둥잔빈 중국 칭송펀드 공동대표는 “모바일 기반 게임을 제작하는 한국 업체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모바일 게임의 품질이 중국보다 1년 정도 앞서기 때문에 한국 기술을 선점해 중국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이 중국법인을 세운 뒤 그 중국법인에 지분을 투자해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이 좋다고 했다. 위안화로 해외에 직접 투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둥 대표는 이번 행사에서 국내 업체들과 투자 미팅을 했는데, 게임의 비주얼은 예뻤지만 수익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아직 적합한 기업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중국 모바일 게임 사용자가 3억명에 달해 모바일 게임 소비액은 지난해 120억위안(약 2조원)에서 올해 200억위안(약 3조2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를 소재로 한 게임이 전체의 50%이며 역할수행게임(RPG) 등 복잡한 스토리와 기술력을 요하는 게임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둥 대표는 “중국에서 히트하려면 중국 사용자 맞춤형 게임을 출시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 전문가와 포맷을 공동 개발하는 과정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올 들어 한국에 1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를 결성하겠다고 발표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관계자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국내 콘텐츠 기업들과 투자 미팅을 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온라인 기반의 우수 콘텐츠 판권을 구입해 중국에서 유통할 계획이며 그 다음에는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공동 개발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인터넷에 방영하는 외국산 드라마를 규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현재 중국에는 저작권 개념이 없기 때문에 콘텐츠를 불법으로 내려받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광전총국(방송통신위원회 격)이 규제를 강화하면 불법으로 유통되는 콘텐츠가 사라지고 정당한 가격을 낸 콘텐츠만 살아남는데, 이 경우 경쟁력 있는 한류 콘텐츠는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그는 내다봤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