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지는 지수 뚫고 미꾸라지처럼 오르는 '衣·食·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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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곳 신고가 행진급락장에도 의식주(衣食酒)는 굳건했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도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의류주, 곡물가 하락으로 재료비가 줄어든 식품주와 주정주는 코스피지수가 고꾸라지는 와중에도 강세를 보였다.
衣, 가을·겨울 성수기 맞아
食, 곡물값 하락 원가절감 효과
酒, 소주 경쟁에 몸값 올라
노스페이스 브랜드 의류를 공급하는 영원무역은 2일 2.24% 오른 6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전 거래일에 이어 1980선이 무너진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견 패션업체 한세실업 종가도 4.09% 오른 3만9450원을 기록했다. 신세계 패션전문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이날 0.71% 오르며 4일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세 종목 모두 이날 최근 1년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3분기 의류 성수기를 맞아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업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의 경우 증설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원가율이 개선됐다”며 “가을로 접어드는 3분기는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의 최대 성수기로 하반기에도 수익성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가을·겨울 상품에 강점이 있는 브랜드를 보유한 점이 부각됐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VOV, 톰보이 인수 등으로 자체 패션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며 “백화점, 브랜드전문점, 아울렛 등 모회사 그룹망 활용 효과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먹고 마시는 식품과 주류 관련주의 ‘지수 역주행’도 돋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사들이고 있는 풀무원은 이날 4.17% 오른 15만원에 장을 마쳤다. 사상 최고가 기록이다. 심은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곡물가 하락으로 인한 원가 절감과 더불어 해외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삼립식품(4.03%)과 오뚜기(0.5%)도 이날 상승하며 하락세를 멈췄다. 건강기능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서흥은 증설에 이은 가동률 증가 소식에 힘을 받았다. 코스피지수가 떨어지기 시작한 25일 이후 주가는 되레 6% 상승했다.곡물가 하락과 더불어 소주업계의 경쟁 심화로 주정주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MH에탄올은 이날 7.54% 오르며 처음 1만원대를 넘어섰다. 풍국주정(1.7%), 보해양조(1.25%)도 소폭 상승했다. 주정은 순도 100%에 가까운 식용 알코올로, 소주 제조원가의 절반을 차지한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원가절감뿐 아니라 진로와 롯데의 마케팅 싸움에 최근 무학이 본격 가세하면서 주정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소주 성수기인 4분기까지 소비가 늘어 주정주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의식주(衣食酒) 관련주의 공통점은 업종 내에서도 시가총액 100위 아래 중소형주라는 것.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만큼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실적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높은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