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땐 성큼 걸어도 내려올 땐 살금살금 하산길 보폭 좁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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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가을철 안전산행 가이드본격적인 단풍 시즌이다. 이번주 설악산에 첫 단풍(9월29일)이 든 것을 비롯해 오대산(10월5일), 치악산(8일), 지리산(9일), 북한산(15일), 내장산(18일) 등이 ‘붉은 빛’ 가을 단장을 시작한다.
산악사고 37% 10월에 해 짧아져 하산 서두르고 저체온증 대비 외투 챙겨야
뒤꿈치 먼저 디뎌 하중 줄이고 허리 삐끗하면 냉찜질 효과적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면서 가을 정취를 즐기려는 등산객도 늘고 있다. 산악사고도 덩달아 급증하는 때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발생한 산악사고의 37%가 10월에 일어났다. 안 하던 등산을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하면서 사고가 빈발한 것이다. 건강한 가을 산행에 주의해야 할 것들을 알아봤다.◆체온 유지 위한 옷 챙겨야
등산을 하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소요 시간과 코스를 파악하는 것이다. 가을철에는 날이 선선하지만, 오후가 되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낮의 길이가 짧아져 쉽게 어두워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따라서 가을철 등산은 이른 시간에 출발해 어둡기 전에 돌아오는 것이 좋다. 등산 중 체온 유지를 위한 여분의 보온 의류와 비상식량·물 등을 챙기고, 해가 점점 짧아지는 것을 대비해 소형 랜턴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등산 중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목마른 느낌이 없다고 수분 섭취를 소홀히 하면 탈수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등산할 때는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따뜻한 물을 보온병에 담아가는 것이 좋다. 보리차, 현미차, 옥수수차처럼 카페인 성분이 없는 것이 적당하다. 술은 일시적 체온 상승효과 외에는 수분 배출을 촉진하므로 좋지 않다.
◆보폭 줄이고 천천히 내려와야정상에 다 오른 뒤 하산할 때는 등산 시보다 수월하게 발걸음을 내딛다 보니 걸음이 빨라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낙상하는 경우도 있고 발을 헛디뎌 척추를 다치기도 한다.
특히 발목과 무릎은 평지에서 걸을 때보다 3배 이상 하중이 실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가을 등산객의 부상 부위를 살펴보면 무릎 부상이 유난히 많다. 십자인대파열이 대표적이다.
김창우 정동병원 원장은 “산을 급하게 내려오다가 무릎에서 ‘툭~’하는 느낌과 함께 통증, 부종, 불안전성이 느껴진다면 십중팔구 십자인대파열”이라며 “십자인대가 파열된 상태에서 오랜 시간 방치할 경우 관절 연골마저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김 원장은 이어 “하산할 때는 되도록 뒤꿈치를 들고 부드럽게 지면에 발을 디뎌 하중이 직접 대퇴부 고관절에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근육이 피로한 상태이고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보폭을 줄여서 내려와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허리 통증은 이완 운동해야
등산 도중 허리 통증이 발생했다면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등반 시 굳어 있던 근육과 인대가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충격으로 손상될 수 있어서다. 이미 약해진 섬유테 사이로 디스크가 탈출돼 보행 장애와 허리·다리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훈재 서울부민병원 원장은 “등산 도중 갑자기 허리 통증이 생기면 이완 운동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쪽 발을 바위에 올려놓고 서서 골반을 앞으로 당기는 이완 운동을 반복하거나, 20분 이상 휴식을 취하면서 깊고 규칙적인 호흡을 하고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급성 요통(허리 통증)에는 온찜질보다 냉찜질이 적합하다. 냉찜질을 하면 혈관 수축 작용이 일어나 염증 반응이 지연되고 통증도 줄어든다.
◆만성질환자는 뇌졸중 주의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는 산행을 하며 흘린 땀이 식으면서 말초혈관이 빠르게 수축해 혈압이 쉽게 올라간다. 이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의 급성 심뇌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뇌졸중 사망자 수는 가을철 등산객이 가장 많은 10~12월에 집중돼 있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가을에는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로 혈관이 수축하면서 뇌혈관이 막히고 뇌에 공급하는 혈액량이 감소해 뇌조직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뇌졸중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 응급실로 이송해 진료를 받고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뇌 촬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급적 세 시간 안에 진단을 받고 치료하면 정상으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늦어지면 치명적인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